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자신의 장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와의 계약을 감사하겠다는 부위원장에게 노조 활동 중단과 현업 복귀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내일 당장" 조치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조합 숙소와 차량까지 정리하라고 요구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자신을 향한 감사를 위원장 권한이라는 위력으로 덮으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본지가 입수한 초기업노조 지도부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이송이 부위원장이 "사임이 아니라 내부 감사할 겁니다"라고 하자 최 위원장은 곧바로 "근로 면제는 최대한 빨리 빼는 걸로 하고 광주로 가시고요"라고 답했다. 이어 "위원장 권한으로 근로 면제 빼드릴 테니 광주로 가셔서 대응하세요"라고 못 박았다.
근로시간 면제는 노조 간부가 임금을 받으면서 조합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를 빼앗기면 이 부위원장은 상근 활동을 접고 원래 근무지인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감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감사를 요구한 사람의 활동 기반부터 끊어내는 조치인 셈이다. 최 위원장은 말로 그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당장 뺄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요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이 부위원장에게 조합 숙소를 비우고 차량 등도 정리하라고 통보했다. 이 부위원장이 "본인은 감사 안 받으세요"라고 되묻자 "지금 부위원장님은 직무 정지 상태"라는 답이 돌아왔다. 감사 대상자가 감사를 요구한 간부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장면이 녹취에 그대로 남은 것이다.
발단은 최 위원장의 장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와 노조가 맺은 수의계약이다. 이 부위원장이 "최승호 위원장님이 장인어른과 수의계약을 한 게 잘못된 거죠"라고 지적하자 최 위원장은 "8500만원에 싸게 계약했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해당 업체와의 거래 규모가 3억7000만원에 달한다며 최 위원장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상태다.
최 위원장은 앞서 거래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가격과 납품 조건을 비교해 선정했을 뿐 개인적으로 취한 금전적 이익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해명은 계약 단가에 국한된 것으로, 이해충돌 소지가 뚜렷한 계약을 왜 경쟁 절차 없이 맺었는지, 그리고 왜 감사를 막아섰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안팎에서는 이번 처분이 규약과 절차를 지켰는지부터 따져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감사를 봉쇄할 목적으로 현업 복귀 등 불이익을 통보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강요죄 성립 여부까지 법률적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최 위원장의 발언은 조합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조합원들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현 지도부는 즉각 총사퇴하고, 제기된 모든 비위 의혹에 대해 외부 회계법인을 포함한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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