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KF-21 월 2대 이상"…전투기·헬기 넘어 우주까지 뻗어가는 KAI

  • KF-21 양산 23호기까지 제작 돌입…LAH 생산라인도 '분주'

  • 우주센터 위성 설계·제작·시험 '한큐'

"당신의 꿈은 이루어집니다. 행복한 도전, KF-21 성공적 비상(飛上)."

지난 1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생산공장. KF-21 조립동에 들어서자 벽면에 커다랗게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아래로 늘어선 KF-21 생산라인에서는 이달 첫 양산기 납품을 앞두고 작업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라인에는 아직 동체 내부가 훤히 드러난 기체부터 전투기의 모습을 거의 갖춘 기체까지 KF-21이 줄지어 서 있었다. 작업자들은 각각의 기체 안팎에 자리 잡고 내부 배관을 연결하거나 각종 장비를 장착했다. 조립과 내부 작업, 도색 등을 차례로 거치면서 라인을 따라갈수록 기체는 익숙한 KF-21의 모습에 가까워졌다.
 
KAI 사천 제조 공장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 제조 공장에 KF-21이 태극기 아래에서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KAI]
라인 가장 앞쪽에 배치된 양산 4호기는 공정 과정이 거의 완료됐다. 주요 장비 장착은 대부분 끝났고 기체 하부에서는 배관을 연결하는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KAI 사천공장은 최초 양산 계약 물량 40대 가운데 현재 23호기까지 제작 공정에 들어간 상태다.

KF-21과 FA-50이 나란히 제작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얼핏 보면 비슷한 전투기 생산라인처럼 보이지만 완성 단계로 갈수록 차이가 뚜렷해졌다. 단발 엔진을 사용하는 FA-50과 달리 KF-21의 후미에는 엔진 두 개가 나란히 자리 잡는다. KF-21은 매월 2대 수준의 생산이 가능하며 필요 시 월 3대까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최종 조립동을 지나 격납고에 들어서자 이달 공군 인도를 앞둔 양산 1호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조립을 끝낸 기체 곳곳에는 'REMOVE BEFORE FLIGHT(비행 전 제거)'라고 적힌 빨간색 띠가 매달려 있었다. 양산 1호기는 실제 비행을 통한 수락검사 등을 거친 뒤 공군에 인도된다.

시제기 제작부터 KF-21과 함께해 온 작업자에게 양산 1호기는 또 다른 의미다. 안현재 KAI 고정익 최종조립기술팀 과장은 "시제기가 처음 비행할 때는 정말 눈물을 흘렸다"며 "그때는 우리가 고생한 결과가 드디어 펼쳐진다는 생각이었다면 양산 1호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투기 지나니 무장헬기가 줄줄이… LAH 양산 '분주'
 
KAI 사천 제조공장 LAH
 한국항공우주산업 직원들이 소형무장헬기(LAH)를 제작하고 있다.[사진=KAI]  
전투기 생산라인을 빠져나와 회전익동으로 향하자 풍경이 달라졌다. 날렵한 전투기 대신 거대한 로터를 장착할 소형 무장헬기(LAH)들이 생산라인을 채우고 있었다. 이미 형태를 갖춘 기체부터 동체 내부가 그대로 드러난 기체까지 여러 대가 공정별로 줄지어 자리했다.

한쪽에서는 전방동체와 중앙동체를 결합하는 '퓨즈 메이팅(Fuselage Mating)' 작업이 진행됐다. 결합을 마친 기체에는 랜딩기어가 달리고 각종 전자장비가 차례로 들어간다. 동체 내부에서는 3~4명의 작업자가 달라붙어 복잡하게 얽힌 배선과 장비를 하나씩 연결하고 있었다.

생산라인 한쪽에 놓인 헬기 부품은 커다란 크기와 달리 한 사람이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웠다. 탄소섬유와 같은 복합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인 덕분이다. KAI는 LAH 양산과 함께 미래 전장에 대비한 유·무인복합체계(MUM-T)로 기술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투기 넘어 우주로 확장하는 KAI
 
우주센터 입구에 전시된 아리랑왼쪽 초소형SAR 위성사진KAI
우주센터 입구에 아리랑위성(다목적실용위성·오른쪽)과 초소형 SAR 위성 모형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사진=KAI]
전투기와 헬기 생산라인을 지나 마지막으로 찾은 우주센터에서는 분위기가 다시 한 번 바뀌었다. 태극기와 KAI 로고가 생산라인 벽면 상단에 나란히 내걸렸다. 내부는 항공기 제조 공장과 달리 한층 정돈되고 고요했다. 위성 제작을 위해 온도와 습도는 물론 공기 중 미세입자까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KAI 우주센터는 위성을 조립하는 공간과 함께 궤도환경시험실, 발사환경시험실, 전자기시험실을 갖추고 있다. 별도의 음향시험실도 마련됐다. 발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강한 음향부터 우주 공간의 진공과 급격한 온도 변화까지 지상에서 재현해 위성이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KAI는 1994년 다목적실용위성 1호 개발을 시작으로 후속 위성의 시스템과 본체 개발에 잇따라 참여하며 위성 개발 역량을 축적해왔다. 센터 내부에서는 다목적실용위성을 비롯한 중대형 위성과 KAI가 자체 개발 중인 소형 SAR(합성개구레이더) 위성이 조립되고 있었다.

이 위성은 약 150㎏급으로 KAI가 정부의 초소형위성체계 SAR 군집위성 사업 수주를 위해 제작 중인 모델이다. 주·야간과 기상 조건에 관계없이 지상을 관측할 수 있는 SAR와 해상 선박의 위치 등을 파악하기 위한 AIS(선박자동식별시스템) 신호 수신 장비 등이 탑재됐다. 외부에는 우주 공간의 극심한 온도 변화로부터 내부 장비를 보호하기 위한 금빛 다층박막단열재(MLI)가 둘러싸였다.

박용현 한국항공우주산업 우주산업개발팀장은 "동시에 약 20기의 소형  SAR 위성을 조립할 수 있고 유휴 공간까지 활용하면 연간 100기 이상 생산할 수도 있다"며 "발주가 들어오면 위성의 설계부터 제작, 조립, 시험까지 한곳에서 끝낼 수 있는 원스톱 솔루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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