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10% 내려도 역부족…철강업계 "별도 지원체계 마련해야"

  • 한전 부담 방식으론 한계…2~3년 뒤 할인효과 상쇄 우려

  • 독일·영국 등은 재정·기금 활용…장기 지원체계 필요해

사진이나경 기자
1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 철강산업 영향과 과제' 정책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나경 기자]
정부가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10% 낮추기로 했지만 철강업계의 전력비 부담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기로·수소환원제철 전환에 맞춰 정부 재정과 기금을 활용한 별도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야 29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철강포럼은 17일 국회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 철강산업 영향과 과제' 정책세미나를 열고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효과와 철강산업에 대한 중장기 지원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정부가 연내 도입할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는 전력계통 비용과 전력자급률, 지역균형발전 등을 요금에 반영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전기요금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신설해 지역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한다.

한전에 따르면 수도권 남부는 현행 요금 수준을 유지하고 수도권 북부는 ㎾h당 6~10원, 중부권은 10~15원, 남부권은 13~18원을 각각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약 10% 낮추는 수준이다.

철강업계는 이번 요금제가 당장의 전력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포항·광양 등 주요 철강 생산거점이 상대적으로 할인 폭이 큰 지역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요금 인하만으로는 철강산업이 직면한 전력비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특정 산업의 전기요금을 직접 낮추는 방식보다 전력다소비 산업의 경쟁력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에 초점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금을 인위적으로 낮출 경우 이에 따른 비용을 다른 소비자가 부담하거나 한전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속가능한 지원 수단이 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주요 경쟁국과의 전력비 격차가 큰 상황에서 제한적인 요금 인하만으로 철강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전기요금 자체를 낮추는 방식보다 별도의 재원을 통해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전력비를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독일과 영국, 일본, 폴란드 등 해외 주요국을 예시로 들었다. 이들 국가는 철강을 비롯한 전력다소비 산업을 지원하면서 전기요금 자체를 일률적으로 낮추기보다 정부 재정과 기금, 망 비용 감면, 배출권 비용 보전 등을 병행하고 있다.

전력·에너지 집약도와 무역 노출도 등 객관적인 기준을 토대로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정부 재정이나 법정 기금을 통해 비용 부담을 낮춰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지역별 전기요금제와 별개로 안정적인 지원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기후대응기금에 유입되는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을 철강산업의 전력비 부담 완화에 활용하는 방안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제시됐다.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에 위치한 기업의 기금 부담을 감면하고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철강 설비에 대해서도 별도의 감면 혜택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지역별 전기요금제 자체의 지속가능성 역시 과제로 꼽힌다. 조윤택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역별 조정요금이 도입되더라도 전력량요금과 기후환경요금 등이 추가로 오르면 실질적인 할인 효과가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 공급비용 자체를 낮춰 지원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우영 서울과기대 교수는 "원자력 1GW를 추가적으로 전력시장에서 1년간 더 활용하면 한전의 전력구매 비용을 약 4000억~5000억원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우리가 잘 가지고 있는 원자력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한전의 재무적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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