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란…처벌 강화냐 선도·교화냐

  • 무면허 운전·살인 미수 등 갈수록 범죄 흉폭화

  • 2021년 1만여건 ->2025년 2만여건 대폭 증가

  • 李대통령, 연령하향 지시...인권단체 "부작용 우려"

청소년들 사진구글 제미나이
청소년들 [그래픽=구글 제미나이(Gemini)]

촉법소년들의 범죄가 날이 갈수록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건수도 매년 점점 늘어나면서 이를 가만두고 볼 수 없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 미만으로 한 단계 낮추는 형법 및 소년법 개정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인권단체들은 연령 하향만으로는 낙인 효과와 재범률 상승을 막기 어렵다며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촉법소년 범죄
촉법소년(觸法少年·형사미성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소년을 지칭한다.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밟는 중이라면 생일이 지난 초등학교 4학년생부터 생일이 지나지 않은 중학교 2학년생까지 해당한다.

이들은 대한민국 형법 제9조(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에 따라 그 어떠한 범법 행위를 저지르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호처분을 통해 최대 2년간 소년원에 있게 할 수 있다.

과거 촉법소년 범죄는 발생 건수가 극히 미미해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들어 강력화·지능화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가해자 연령도 매년 저연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사회문제로 대두된 실정이다.

지난 5월 충남 천안에서는 만 12세 초등학생이 차량을 훔쳐 무면허 운전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범행을 저지른 일당 중 한 명은 불과 일주일 전에도 유사한 차량 절도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중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돼 사회적 충격을 줬다.

또한 7월 경기도 구리시에서는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 일면식도 없는 4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경찰에 체포돼 주위를 경악하게 했다.

이외에도 흉기를 소지한 촉법소년들이 무인매장을 습격해 금고를 털어가거나, 차량을 절도하거나 시민들의 금품을 탈취하는 강도 범죄는 너무 빈번하게 이뤄져 매일매일 사회면의 단골로 올라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이 범죄를 일으키는 배경에는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법적 특권의식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지표로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지난 6월 경찰청 및 법무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 건수는 2021년 1만1677건에서 2025년 2만1095건으로 불과 4년 만에 80% 가량 급증했다.

범죄 유형별 검거 현황을 보면 살인은 2건에서 0건으로, 강도는 11건에서 6건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성폭력이 398건에서 739건으로 85.7%, 절도가 5733건에서 1만110건으로 76.3%, 폭력은 2750건에서 5520건으로 100.7% 폭증했다.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 가운데 성폭력, 절도, 폭행 범죄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연령 낮춰야 VS 신중하게 결정해야
이에 따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현행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분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너무 오래 지연되고 있다"며 신속한 제도 보완을 당부했다.

정부 차원에서 중대 범죄에 한해 만 13세 미만으로 1세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범죄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2년 범위 내에서 중대·반복 범죄를 중심으로 연령을 하향하는 방안을 조기에 정리해 입법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만 14세 미만을 촉법소년으로 두고 있는 것은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같이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는 독일·일본 등 이웃 국가들도 대체로 만 14세 미만을 형사미성년자 기준점으로 두고 있다. 반면 영국·미국 등 영미법계 국가들은 엄벌주의 및 엄격한 개인 책임을 강조해 만 10세 이하 등 훨씬 낮은 연령대부터 형사책임을 묻기도 한다.

정부가 연령 하향을 추진하고 있는데 반해 인권단체들을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은 연령 하향에 반대하거나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형사처벌 확대가 오히려 '범죄의 일탈화'와 재범률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어린 나이에 교정시설에 수감될 경우 낙인 효과와 함께 상습범죄를 학습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소년사법 체계 전반을 개혁 해야

이러한 찬반양론 속에서 지난 7월 성평등가족부가 운영한 '형사미성년자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와 시민참여단 숙의토론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숙의 결과 시민참여단 상당수는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한 연령 하향'에 공감했으며, 하향 폭으로는 만 13세 미만으로 1살 낮추는 안(55.8%)을 가장 선호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숙의 과정이 진행될수록 '처벌보다는 범죄 예방 및 재사회화 지원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대폭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나이만 낮추는 일괄 처벌 방식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에 따라 협의체는 단순한 연령 조정을 넘어 소년사법 체계 전반을 개혁하기 위한 '5대 과제'를 정부에 권고했다. 권고안에는 △경찰 단계의 초기 대응 및 피해회복제도 도입 △가족치료명령 신설 및 보호처분 사후관리 내실화 △소년재판 전담 판사·조사관·보호관찰관 등 전문 인력과 보호시설 인프라 확충 △보호재판 내 피해자의 알 권리 및 진술권 보장 △범정부 차원의 소년비행예방정책위원회 신설 등 통합 대응체계 구축이 포함됐다.

정부는 국민 의견을 추가 수렴해 촉법소년 연령 하향 폭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동시에 청소년회복지원시설 확충 및 디지털 성범죄·성폭력 가해 청소년을 위한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 등 가·피해 청소년을 아우르는 사후 밀착 관리체계도 병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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