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화에 새봄이 돌아올 때면, 우리의 정음 문자는 언제라도 세계 인류의 환호를 받을 것이다."
'정음반포기념일을 당하야', <신민>, 1926년
1926년 잡지 '신민'에 실림 '정음반포기념을 당하야'의 한 대목이다. 일제강점기였던 그해, 조선어연구회(현 한글학회)는 첫 '가갸날' 기념식을 열렸다. 나라 잃은 시대에도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 했던 이들이 만들고 지켜낸 가갸날은 100년을 이어져 오늘날 '한글날'이 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글학회와 함께 기획특별전 '일구이륙 무한이륙'을 오는 2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연다. 전시 제목의 '일구이륙'은 첫 가갸날이 열린 1926년을 가리키는 동시에 한글이 앞으로 무한히 이륙하길 바라는 뜻을 담았다.
1일 찾은 전시장에서는 한글날의 역사와 '가갸'의 기원 등을 보여주는 자료 116건 121점을 볼 수 있었다.
전시는 '한글'이라는 이름이 정착해가는 과정을 실물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주시경이 강사로 활동했던 조선어강습원, 이른바 '한글배곧'의 수업증서가 대표적이다. 1916년 전의찬이 받은 고등과 졸업증서 '마친 보람'에는 가로로 풀어 쓴 'ㅎㅏㄴㄱㅡㄹ'이라는 우리 문자의 명칭이 뚜렷하게 보인다. 국어학자 최현배가 받은 졸업증서 '마친 보람'도 전시됐다. 한자어 대신 순우리말로 쓰고 한글을 가로로 풀어 쓴 점이 특징이다.
우리 말글을 지키기 위한 희생과 노력을 조명하는 희귀 자료들도 볼 수 있다. 주시경과 제자들이 국어사전을 편찬하려고 쓴 원고이자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인 '말모이' 원고, '조선어학회 수난 사건'으로 일제 경찰에 압수당했다가 광복 직후 서울역에서 극적으로 발견된 '조선말 큰사전' 원고 등이 대표적이다.
1914년 12월 조선어강습원에서 열린 훈민정음 창제 기념식 관련 기사, 달력에 '한글날'이 별도로 표기된 1954년 10월 달력도 나왔다. '가갸거겨' 한글 배열을 확인할 수 있는 '훈몽자회' 등도 볼 수 있다.
국내외에서 수집한 다양한 한글 음절표도 눈길을 끈다. 한글음절표는 글자를 처음 배우는 이들이 소리와 그림을 연결해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만든 한글 학습표다. 국립한글박물관을 비롯한 국내 기관 소장품,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음절표, 음절표를 찍어낸 목판까지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19세기 음절표에는 '가갸거겨' 글자 위로 앙증맞은 그림들이 줄지어 있다. '가'에는 개, '나'에는 나비, '다'에는 닭, '라'에는 나팔 등을 그렸다. 구구단이나 궁합 보는 법 등 당시 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함께 싣기도 했다. 가장자리에는 좋은 글귀와 아름다운 문양을 넣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100년 뒤 한글의 모습을 상상하는 체험 등 다양한 체험도 있다.
임성환 국립한글박물관장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마련한 다채로운 전시와 행사가 많은 이들에게 한글의 가치와 우수성을 나누는 뜻깊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내년 2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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