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흐렸던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있는 르노 테크노센터(Renault Technocentre·TCR)를 찾았다. 중심가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르노그룹의 연구소다. 67개국에서 온 직원 9100여명이 근무하는 글로벌 연구개발(R&D) 허브다. 땅 넓이만 축구장 210개에 이르는 150만㎡다.
버스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거대한 규모가 분위기를 압도했다. 흰색 건물들로 이뤄진 TCR은 차량 개발 단계에 따라 여러 건물로 나눠진다. 그중 신규 모델의 초기 디자인을 정하는 공간인 '아방세(Avancee)'와 차량을 개발하는 '라뤼쉐(LaRuche)'를 살폈다.
센터의 중심 라뤼쉐는 로비부터 르노그룹의 결연한 의지가 드러났다. 'We are futuREady'라고 적힌 보라색 현수막이 천장에 매달려 모두의 눈길을 끌었다. 이는 지난 3월 르노그룹이 발표한 중장기 전략을 의미한다. 그룹의 완성차 브랜드에서 2030년까지 신모델 36종을 출시한다는 게 골자다.
건물 내부를 둘러보며 눈에 띈 곳 중 하나는 '경쟁 분석 센터(CAC·Competition Analysis Center)'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완성차 회사의 모델을 분석하는 공간이다. 르노그룹 관계자는 어떤 모델을 분석하느냐는 질문에 "구매할 수 있는 차는 모두 분석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시장 분석뿐 아니라 르노그룹은 자체적인 역량 향상에도 힘을 쏟고 있었다. 초고성능 주행 시뮬레이터 '로드(Roads·Real time Open Automated Driving Simulator)'가 대표적이다. 거대한 크기로 존재감을 드러낸 대형 돔 구조의 Roads는 마치 동화 속 호박 마차를 연상케 했다.
대형 돔 안에 있는 차량 모형(Mock-up)에 숙련된 기술자가 탑승하자, 밖에선 시뮬레이션 화면에 맞춰 실제 차량에 탄 것처럼 느끼도록 돔이 레일 위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속도를 체감할 수 있게 위아래로 크게 기울기도 했다. Roads는 모든 방향에서 최대 1G의 가속도가 붙는다.
가로, 세로 각각 15m 길이 레일 위에서 움직이는 Roads는 실물 차량 제작 전 가상 환경에서 차체 움직임과 자율주행 알고리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성능 등을 정밀 검증한다. 피에릭 코르네(Pierrick Cornet) 르노그룹 RGE-D 디지털전환 담당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디지털을 엔지니어링 추진력으로 삼고 있다"며 "차량 개발 착수부터 완료까지 걸리는 리드 타임을 1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문한 'XR 이노베이션 랩' 역시 르노그룹 경쟁력의 한 축이었다. 랩 안에는 카트 게임을 생각나게 하는 의자가 있었다. 실제 XR 글라스를 끼고 앉아봤다. 탑승자 손뿐만 아니라 다리까지 가상현실에 투영돼 차량에 탄 듯했다. 또 운전석과 보조석, 뒷좌석 모두 이동 가능했다. 예컨대 빛의 밝기에 따른 디스플레이 가독성 차이,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정도, 실내 디자인 등을 차량 제작 없이도 가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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