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은 재정 빨대’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뒤늦게 사과하고도 논란을 키웠다. 추 지사는 최근 부천공장 화재로 순직한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사과를 요구하니 마지못해 응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표현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목숨을 걸고 화재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관을 재정 부담을 키우는 ‘빨대’에 빗댄 것부터 잘못이다. 광역단체장으로서의 자질과 공직 윤리까지 의심하게 하는 언행이다.
사과는 변명에 앞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9일 영결식에서 장례위원장으로 참석한 추 지사는 울먹이며 다시 한번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를 원하니까 사과를 드린다’는 자신의 표현이 왜 부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사과는 자신의 의도를 해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상대가 입은 상처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과정이다.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들에게 필요한 것은 궁색한 해명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죄와 재발 방지 약속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이들에게 상처를 준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소방 재정 문제까지 발언 논란에 묻혀서는 안 된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재정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소방 예산 가운데 국비 비중은 10.7%에 그쳤고, 소방 인건비 약 6조3000억원 중 국비 비중도 8.6%에 불과했다. 경기도의 소방 인건비는 내년 1조1000억원에서 2030년 1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인 반면, 올해 소방안전교부세는 1348억원으로 전년보다 31억원 줄었다. 소방 수요와 인건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방 재정만으로 이를 감당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국가직 전환에도 국가의 재정 책임은 여전히 미흡하다. 신분은 국가직으로 바뀌었지만 실질적인 재정 부담은 지방에 남아 있다. 소방특별회계를 설치했어도 지자체가 재원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국가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려면 중앙정부가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고 국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소방공무원의 신분만 국가직으로 바꾸고 재정 부담을 지방에 남겨두는 것은 온전한 국가직 전환이라고 보기 어렵다.
소방은 재정 낭비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 투자다. 재정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를 이유로 현장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이들의 헌신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 추 지사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후속 조치로 유가족과 소방공무원들에게 응답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명목에 그치지 않도록 재정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치인의 말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고, 국가의 약속에는 예산이 뒤따라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이들을 존중하는 일은 진심 어린 말에서 시작해 실질적인 제도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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