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AI 고점론에 흔들린 코스피, 공포도 낙관도 경계할 때다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


지난주 한국 증시는 충격적이었다. 코스피는 16일 한 주 전보다 14.46% 내린 5668.05로 마감했고, 이달 6일부터 15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0.7%가 빠졌다. 7거래일 기준으로 이보다 낙폭이 컸던 때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국면 세 차례뿐이다. 15일에는 하루에만 7.57% 폭락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방아쇠는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다.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회사채가 부실 영역에 접어들었고, 프런티어 AI 선두업체의 3분기 매출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는 소식이 겹쳤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8거래일 연속 하락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다.

다만 시장의 해석은 AI 수요가 무너졌다는 쪽이 아니다. 차입에 의존한 투자 모델과 높은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품 붕괴로 단정하기도, 일시적 조정으로 치부하기도 이른 이유다. 그럼에도 뼈아픈 것은 한국이 유독 크게 흔들렸다는 점이다. 같은 주 나스닥은 4.48%,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1.41%, 닛케이225는 5.37% 하락했는데 코스피 낙폭은 14.46%였다.

원인은 구조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데다, 7월 급락의 상처로 개인과 기관이 외국인 매물을 받아낼 여력이 없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7일 끝나면서 지지대마저 사라졌다. 올 들어 외국인은 208조원 넘게 순매도했고, 국민연금마저 3분기 보유 주식에서 182조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두 종목에 쏠린 시장은 외국인 수급 하나에 지수 전체가 휘둘린 것이다.


반등의 신뢰도도 아직 낮다. 코스피는 16일 8거래일 만에 올랐고 외국인이 9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하지만 19일은 3% 넘게 하락 출발했다가 상승 전환했고, 이후 외국인이 다시 순매도로 돌아서며 등락을 거듭했다. 증권사들에서는 반도체 대형주 주가가 실적보다 할인율과 매도 압력이 가격을 좌우하는 국면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앞으로의 변수도 첩첩산중이다. 20~22일 엔비디아 GTC와 메타 등 빅테크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11월에는 AI 선두업체의 기업공개가 예정돼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22일 열린다.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의 물가·금리 불확실성, 중국 메모리 업체의 기술 추격 우려까지 더해진 상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 1년간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을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상법 개정, 주가조작 엄단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들을 해소했다고 자신했지만, 지금 코스피를 보면 '외화내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도적인 맹점들을 제거했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하지 못한 채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것 아닐까. 증시는 속락하는데 '한국 자본시장의 펀더멘털은 건전하다'고 말하는 금융당국을 놓고 해외에서 "도대체 한국 금융당국은 어디에 있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인위적 부양보다 수급 기반을 넓히는 데 힘써야 한다. 반도체 쏠림을 완화할 장기 투자 수요를 키우고, 이달 말로 예고된 기업의 주주환원 계획이 말뿐이 아니라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는지 챙겨야 한다. 투자자도 하루하루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AI 낙관론도 비관론도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 이럴 때 시장을 지키는 것은 과도한 확신이 아니라 차분한 점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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