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전5사가 유연탄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특정 공급사에 물량을 몰아주고 저품질 석탄 반입을 묵인해, 그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됐다는 의혹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은 발전5사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선적항 열량을 기준으로 대금을 정산하는 관행 탓에 한 공급사의 인도네시아탄 한 품목에서만 1143억원의 손실이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를 "카르텔 의혹 사안"으로 규정하고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이 발전5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전사가 수입한 유연탄 계약 건수의 83.2%(계약물량 기준 83.3%)가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이뤄졌다. 이 제도는 급변하는 글로벌 석탄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지만, 운영이 부실해지면서 특정 공급사에 물량을 집중시키는 통로로 변질됐다는 것이 이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로 2026년 기준 서부발전을 제외한 남동·남부·동서·중부발전 4개사에서 해당 공급사가 전체 유연탄 공급 1위를 차지했다. 남부발전의 경우 이 공급사의 인도네시아산 유연탄 공급 비중이 2022년 24.8%에서 2026년 75.1%(계약물량 기준)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탄 공급업체는 11개에서 3개로 줄었다. 남동발전(69.1%)과 동서발전(71.7%)도 인도네시아탄의 약 70%를 이 공급사에서 사들였다. 그 사이 국내 중소 공급사들은 설 자리를 잃고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품질관리 문제는 더 심각했다. 이 의원이 해당 공급사가 발전5사에 납품한 인도네시아탄 계약 432건(3,317만 톤)을 분석한 결과, 검수 중이거나 미기재인 건을 제외한 413건 가운데 78.4%(324건, 2,462만 톤)가 선적항에서 공급사가 제출한 실납품열량보다 발전소 하역장 검수열량이 낮은 이른바 '저질탄'이었다.
계약물량으로 가중평균한 열량 차이는 전체 124.1kcal/kg이었다. 발전사별로는 동서발전이 158.4kcal/kg로 가장 컸고, 남부발전 142.3kcal/kg, 중부발전 133.1kcal/kg, 남동발전 96.5kcal/kg, 서부발전 60.6kcal/kg 순이었다. 이 의원은 열량 차이가 클수록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발전사들은 하역항 입하탄 열량이 아닌 선적항 제출 열량으로 대금을 정산했고, 그 결과 열량 차이로 발생한 추정 손실이 1143억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열량 차이가 발생하면 재검증 절차로 '바이어 샘플(공급사 제시)'과 '엄파이어 샘플(외부기관 감정)' 검수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 검수마저 발전소에 도착한 입하탄이 아니라 공급사가 선적항에서 제출한 샘플을 기준으로 이뤄져, 사실상 열량 차이를 눈감아주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해당 공급사에 부과된 페널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계약 열량 부풀리기 정황도 제기됐다. 인도네시아 아다로(Adaro) 광산이 보증하는 열량은 4,400kcal/kg인데, 발전사들은 이보다 높은 4,450~4,650kcal/kg으로 계약을 체결해 줬다. 해당 공급사가 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과 맺은 아다로 광산탄 계약 98건 중 82.7%인 81건이 보증 열량을 초과했다. 남부발전은 31건 전량을, 동서발전은 32건 중 31건을, 중부발전은 10건 중 9건을, 서부발전은 25건 중 10건을 보증 열량보다 높게 계약했다. 반면 발전소에 실제 입하된 아다로탄의 평균 검수열량은 4,313kcal/kg에 그쳤다. 고열량탄을 싸게 공급하는 듯한 외관을 발전사들이 알고도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남동발전은 아다로 광산과 직거래를 하고 있어 이 계약 현황에서는 제외됐다.
이철규 의원은 "공급사가 선적항에서 제출한 샘플을 기준으로 바이어·엄파이어 검수를 거치고 선적항 열량 그대로 대금을 정산해주는 기형적 구조가 1143억원 규모의 추정 손실을 초래하고 저질탄 반입의 면죄부가 됐다"며 즉각적인 환수 조치를 촉구했다. 이어 "발전소에 실제 유연탄이 들어오는 하역항을 기준으로 엄격하고 실질적인 품질관리와 정산이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라고 마련해 준 계약 제도를 변질시켜 특정 공급사에 물량을 몰아주고, 정직한 중소 공급사들의 기회를 빼앗으며, 저품질탄 반입과 계약열량 부풀리기를 묵인해 국민에게 전기요금으로 손실을 떠넘긴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이자 카르텔 의혹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발전5사 유연탄 조달 계약 전반의 특정 공급사 유착 의혹과 특혜 비리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위원회 차원의 감사원 감사 청구를 강력히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발전5사가 이번 의혹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그리고 감사원 감사 청구가 실제로 이뤄져 유연탄 조달 구조의 실태가 드러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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