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한 물가] 유가 충격에 수요 압력까지…물가 안정 늦추는 변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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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국내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이 운송비와 제조원가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반도체 호황에 따른 소비 회복까지 겹치면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가 부담이 소비자가격에 뒤늦게 반영되는 데다 환율과 중동 정세에 따라 수입 비용이 다시 뛸 가능성도 남아 있다.

19일 유럽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12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3.72% 오른 배럴당 109.86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5월 1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7거래일 연속 상승해 배럴당 101.41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주유비뿐 아니라 물류비와 공장 생산비를 높여 식품 포장재와 생활용품 등 다른 상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유가 상승이 다른 상품 가격으로 전이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5.2% 올랐고 휘발유 가격은 9.1% 급등해 전체 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핵심 재화 물가도 전월 대비 0.3% 올라 올해 들어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중고차와 신차, 의류 등으로 상승세가 확산한 데 대해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 부담이 다른 상품 가격으로 전이되는 모습”이라며 “비용 전가는 변동성 품목의 가격 상승보다 지속성이 높아 연말까지 근원물가의 하향 안정이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원가 상승분을 즉각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수요 위축과 경쟁 심화를 고려해 비용 증가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던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해 뒤늦게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이미 누적된 원가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 소비자가격은 곧바로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

환율도 변수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원유와 원자재의 수입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르면 국제유가가 같은 수준이어도 원화 기준 수입 비용이 늘어난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할 경우 기업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에서 일부 품목의 상승 압력이 커진 점도 주목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20.43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2.8%로 8월보다 0.6%포인트 낮아졌지만, 가공식품 상승률은 같은 기간 1.5%에서 2.1%로 높아졌다. 빵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다. 

반도체 호황이 내수로 확산하는 속도도 물가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수출 기업의 실적 개선이 투자와 고용, 임금으로 이어져 가계의 소비 여력이 커지면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된다. 다만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가 부담까지 지속되면 기업이 비용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쉬워질 수 있다. 소비 회복이 곧바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공급 측 비용 압력과 맞물릴 경우 물가 안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전쟁의 종료 여부가 물가의 가장 주요한 변수지만 미국의 2027년 국방 예산이 올해에 비해 크게 늘어나면서 전쟁이 단기간에 종료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라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정유시설이 파괴됐다면 유가 안정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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