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라면 으레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넓은 운동장과 네모반듯한 건물, 교실에서 수업을 듣다가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평범함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여명학교의 이야기다.
지난 16일 찾은 여명학교의 풍경은 어딘가 낯설었다. 하나의 교실을 반으로 나눠 두 개의 교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교실은 폭이 좁고 길쭉한 직사각형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학생들의 목소리 사이로 간간이 중국어가 들렸고, 책상 위에는 '국어'가 아닌 '한국어' 교과서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낯선 것은 교실의 구조와 언어뿐이었다. 학생들은 여느 학교에서처럼 수업을 듣고 저마다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지만 학교에서의 하루만큼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명학교는 2004년 북한이탈 청소년들의 한국 사회 적응과 교육을 위해 설립된 대안학교다.
현재는 북한에서 태어난 학생뿐 아니라 중국 등 제3국에서 성장한 북한배경 청소년들도 함께 공부하고 있다.
학교가 걸어온 지난 22년은 순탄치 않았다. 2004년 서울 관악구에서 문을 연 뒤 중구 명동으로 자리를 옮겼고, 은평구로의 이전 계획은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2023년부터 폐교된 염강초등학교 건물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이 배움을 이어가는 동안 학교는 정착할 공간을 찾아 여러 차례 이삿짐을 싸야 했다.
지난 7월에는 현 부지에 새로운 학교 건물을 짓기 위한 업무협약이 체결되면서 오랜 숙원이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의 반대와 건물 배치 변경 문제로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8년 착공해 2029년 3월 이전한다는 계획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내년 2월 종료되는 임시 교사의 사용 기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통일에 대한 생각이 저마다 달라진 시대다. 누군가는 통일을 바라고, 누군가는 더 이상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찬반과 우리가 이미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다.
여명학교 학생들의 출발점은 서로 다르다. 사용하는 언어도, 지나온 시간도 같지 않다. 그러나 학교에서 친구를 만나고, 공부하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간다는 점에서 이들의 일상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공간만은 아니다.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꿈을 키우며,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나 안정적인 배움의 공간이 필요하다.
취재를 마치고도 반으로 나뉜 길쭉한 교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 작은 공간에서 학생들은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늘 수업을 듣고, 내일 다시 친구들을 만나는 일. 학생들에게 그 평범한 일상이 더 이상 불확실한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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