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인건비만 하더라도 2027년도에 1조 1천억을 잡아먹게 되고요"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목숨을 걸고 불길에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헌신을 '재정 낭비 요인'으로 치부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추 지사는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사흘 뒤인 16일 부천 공장 화재 진압 도중 고립된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며 추 지사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공무원을 그저 재정을 축내는 존재로 빗댄 추지사의 표현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한 쟁점 3가지를 팩트체크했습니다.
지난 2020년 4월, 소방공무원 신분은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일괄 전환되었습니다. 지역별 재정 여건에 따른 소방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고 소방관의 처우와 안전망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따라 전국 소방 예산 규모도 2019년 5조 5,000억 원 수준에서 2025년 8조 1,000억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문제는 늘어난 재정을 감당하는 주체는 여전히 지방정부라는 점입니다. 경기도는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2026년 기준 전국 소방 재원 8조 5,967억 원 중 국비 지원 비중은 10.7%에 불과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인건비만 따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올해 전국 소방공무원 인건비 6조 5,129억 원 가운데 국비 지원(소방안전교부세 등)은 5,496억 원으로 고작 8.4% 수준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91.6%는 고스란히 지자체 일반회계에서 메워야 하는 실정입니다.
추 지사가 이끄는 경기도만 들여다보면 사정은 더 열악합니다. 올해 경기도 소방공무원 인건비는 1조 1,973억 원(2차 추경 기준)에 달하지만, 국가 지원금은 921억 원(7.7%)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1조 1,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인건비를 지자체가 감당하고 있는 겁니다.
종합하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신분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인 예산 구조는 여전히 지방정부에 기댄 '반쪽짜리 전환'이라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입니다.
실제로 소방 인력의 절대적인 숫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올해 1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취지는 달성되고 있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소방공무원은 2017년 4만 8,042명에서 2024년 6만 6,802명으로 1만 8,760명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방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인구도 같은 기간 1,091명에서 766명으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통계상의 인력 증원이 곧바로 현장의 처우 개선이나 부담 완화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력이 늘어난 속도보다 일선 소방관들이 감당해야 할 출동 업무의 양이 훨씬 더 가파르게 폭증했기 때문입니다.
소방청 통계연보의 ‘연도별 119구조활동 현황’을 살펴보면 구조출동 건수는 2016년 75만 6,987건에서 2025년 119만 8,268건으로 급증했습니다. 특히 화재 진압 외에 벌집 제거, 문 개방(갇힘 사고), 동물 포획, 고드름 제거 등 일상 위험에 대응하는 ‘생활안전출동’ 건수가 2016년 37만 7,575건에서 2025년 58만 5,188건으로 늘었습니다.
결국 단순 정원은 늘었지만 관할 출동 수요 폭증으로 일선 소방관 1명이 마주하는 현장 업무 강도와 출동 부담은 오히려 가중된 셈입니다.
국민의힘 최수진 대변인은 "추미애 지사는 7천만 원대 관용차를 새로 뽑으면서, 정작 노후 소방차 교체와 순직 소방관 추모 예산은 가차 없이 깎았다"며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경기도가 지난 8월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인한 결과, 소방 관련 핵심 예산 총 34억 5,000만 원이 삭감된 것은 사실입니다. 세부 감액 내역을 보면 ▲노후 소방차량 교체 예산 26억 5,000만 원 ▲전문구급장비 보강 예산 4억 원 ▲구조장비 보강 예산 3억 원 ▲순직 소방관 추모 행사비 1억 원(전액 삭감)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경기도의 노후 소방차량 교체·구매 계획은 당초 103대에서 78대로 25대나 축소됐습니다. 현장 대원들의 안전과 직결된 차량·장비 예산에 손을 댄 지자체가 ‘빨대’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진 이유입니다.
다만 경기도청 측은 "고의적인 안전 예산 삭감이 아니라 국비 지원 삭감에 따른 불가피한 재정 조정"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정부의 소방안전교부세 지원이 당초 예상보다 57억 원 줄어들어서 소방차량 구입비 48억8000만 원을 감액해야 했으나 도비 22억 3000만 원을 긴급 편성해 최종 감액 규모를 26억 5000만 원으로 방어했다는 것입니다. 도는 이 자체 예산으로 특수 소방 차량 19대 도입을 정상 추진 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렇듯 정부의 국비 삭감이 도화선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장비 예산과 추모비 등이 순감된 것 역시 사실입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