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에 이어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까지 고공농성에 나서면서 조선 업계의 노사 분쟁이 가을을 넘어 겨울까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하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은 지난 18일 오후 울산 HD현대 대조립 1공장의 크레인을 점거하며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한화오션 하청노조가 지난달 30일,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가 지난 8일 거제사업장의 각각 다른 크레인을 점거한 데 이어 HD현대중공업 노조까지 가세하면서 K-조선 양대 기업이 고공농성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여기에 호응하듯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오는 23일까지 모든 조합원이 하루 7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과 기본급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HD현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배가량 늘어난 3조7000억~4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에 통합된 HD현대미포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HD현대미포 소속 조합원들은 기존 임금과 복지제도 후퇴를 우려하며 노동조건 조정에 반대하고 있다. 김태암 HD현대미포 노조위원장은 지난 8일부터 13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김동하 지부장은 처음에는 김태암 위원장이 사전 상의 없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며 유감을 표했지만, 지난 2일 첫 노사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직접 고공농성에 나서는 등 강경 투쟁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당초 기본급 12만원 인상과 격려금 1100만원, 성과급 200% 지급 등 조합원 1인당 4000만원에 달하는 보상안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합의안이 찬반투표에서 반대율 52.14%로 부결되면서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노사 합의안에 반대한 조합원들은 한화오션의 기본급 인상액인 13만8689원보다 높은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사들이 고공농성 등 사업장 점거를 걱정하는 건 수주 잔고가 200조원대에 달할 정도로 '역대급' 호황에 직면한 상황에서 납기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 때문이다. 납기를 못 맞추면 회사 신뢰도 하락은 물론 배상금 발생 등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우려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크레인은 대형 구조물과 중장비가 상시 가동되는 조선소 내에서 가장 위험한 설비로 이를 점거하는 것은 농성자 본인뿐 아니라 조선소 내 다른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크다"며 "노조 요구를 수용하면 고공농성 연례화 등 부작용이 커 회사 입장에서도 '법과 원칙' 중심 선례 구축을 위해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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