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추진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규제 적용 대상이라는 입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중복상장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밝힌 데 이어 한국거래소 역시 솔리다임이 관련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권에서도 기존 주주 이익 훼손을 이유로 상장 저지를 요구하면서 SK하이닉스의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21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한국거래소 답변 자료에 따르면 거래소는 솔리다임이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78조의2 및 시행세칙 제70조의3에서 정한 '종속회사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솔리다임이 해외 증시에 상장하더라도 국내 모회사에 적용되는 중복상장 관련 주주보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당 규정은 국내 상장사의 종속회사뿐 아니라 수직적인 지배관계가 있는 계열회사도 규제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뿐 아니라 해외 증권시장에 상장하려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거래소는 자회사가 중복상장을 추진할 경우 모회사가 주주영향평가 결과와 주주보호 방안에 따라 주주들과 소통하거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상장 시에도 주주영향평가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 등 모회사 주주보호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의원은 앞서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솔리다임 상장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 사이에 미국 현지 법인 AI컴퍼니가 들어선 지배구조를 지적하며 사실상 '5단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솔리다임 상장으로 외부 주주가 늘어나면 SK하이닉스 기존 주주의 몫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AI컴퍼니에 투자한 SK그룹 계열사들은 상장에 따른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안 의원의 주장이다.
안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공적 수단을 동원해 솔리다임 상장을 막을 것을 요구했다. 상장을 방치할 경우 국내 증시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금융당국 역시 중복상장 규제 적용 필요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 상장과 관련해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도 하고 저희도 지금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추가적인 법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국내 금융당국이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을 직접 불허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솔리다임이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나스닥의 규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된다. 한국거래소가 미국 상장을 직접 심사하거나 불허할 권한은 없지만 국내 모회사의 주주보호 의무 이행 여부는 감독 대상이 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와 관련해 금감원에서 최대 20억원 규모의 금전적 제재를 할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솔리다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외부 자금 조달이 기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살피고 주주보호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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