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두 건물에 잇따라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의 운동기구 디자인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본인 명의로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특허법인들이 자신을 속였다고 주장했지만, 등록 기록상 디자인 창작자와 권리자는 모두 본인이었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근력운동기구', 2020년 '운동기구' 디자인을 각각 특허청에 등록했다. 두 건의 등록디자인공보에는 모두 A씨가 창작자이자 디자인권자로 기재돼 있다.
2019년 등록된 근력운동기구는 양쪽 받침대가 원통형 봉을 지탱하는 형태로, 사용자가 봉 위에서 균형을 잡거나 몸을 회전하며 근력을 기르도록 설계됐다. 당시 등록 절차는 전날 화재가 난 신명빌딩 3층의 특허법인 B사가 대리했다.
이듬해 등록된 운동기구 디자인은 또 다른 화재 장소인 한양빌딩 4층의 특허법인 C사가 대리했다. 두 법인 모두 A씨를 대신해 출원 절차를 밟았으며, 디자인권은 A씨에게 부여됐다.
해외에서도 같은 디자인의 등록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 특허상표청에는 두 디자인이 각각 2021년 7월과 2022년 2월 등록됐고, 브라질 산업재산권청에도 2020년 두 건이 등록됐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기록에는 유럽연합(EU)과 일본, 캐나다에서 보호를 인정받은 이력도 남아 있다.
다만 디자인 등록은 제품의 외형을 보호하는 권리로, 실제 생산이나 판매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디자인을 등록하는 것과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권리 보유가 곧 수익 창출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앞서 2022년에도 이들 특허법인을 찾아가 직원들을 위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씨는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와 가위로 협박한 혐의로 이듬해 4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이번 방화가 해외 상표 등록증 발급을 둘러싼 불만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A씨는 당초 온라인 등록증만 발급된다는 안내를 받았으나 이후 종이 등록증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변리사가 자신의 상표를 훔쳤다고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씨는 20일 오전 11시 54분께 신명빌딩 3층에, 낮 12시 1분께 약 200m 떨어진 한양빌딩 4층에 잇따라 불을 지른 뒤 달아났다가 같은 날 오후 서울 동묘앞역 인근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서로 압송되던 A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특허 법무법인에서 사기 쳐서"라고 주장했고, 피해자들에게는 "앞으로 사기 치지 말라"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