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전면종엄치당' …黨을 수술대 올리는 중국의 속내

  • 20기 '5중전회' 함의와 가져올 변화는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용인대 중국학과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미·중간 전략경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 제20기 제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5중전회)가 26일부터 29일까지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작년 10월 4중전회 이후 1년 만이다. 5중전회는 관례적으로 중국 경제 발전방향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향후 5개년 발전계획을 심의하는 매우 중요한 회의다. 실제로 2015년 18기 5중전회와 2020년 19기 5중전회 모두 13∙5, 14∙5 규획 건의안을 심의∙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번 5중전회는 다르다. 15∙5 규획(2026~2030년)은 이미 작년 4중전회에서 앞당겨 통과되었고, 올해 3월 양회에서 확정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5중전회의 핵심 안건은 무엇일까? 바로 ‘당(黨)’이다. 경제 문제는 지난 7월 30일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업무를 배치하며 더욱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재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5중전회의 핵심 이슈는 경제가 아닌 공산당 자체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겠다는 것이다.

지난 9월 21일 시 주석이 주재한 중앙정치국 회의는 <‘전면종엄치당’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몇 가지 중대 문제에 관한 결정(關于持之以恒推進‘全面從嚴治党’若干重大問题的决定)> 초안을 논의하고, 이를 수정해 5중전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전면종엄치당(全面从嚴治党)'은 당 조직과 당원에 대한 교육∙감독∙징계∙책임 체계를 강화하고 부패와 특권을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는 중국공산당의 당 관리 원칙을 의미한다. 중앙정치국은 ‘당의 장기집권 능력제고’를 강조하며, 당의 자아정화∙자아완비∙자아혁신∙자아제고를 끊임없이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가 아닌 당 건설 문제가 단독 의제로 ‘중전회(中全會)에 오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시 주석 집권 이후 13년간의 당 관리 성과와 경험을 총정리하고, 향후 당 관리의 전략 방향을 제도화하겠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반부패를 일회성 캠페인이 아닌 상시적 통치 시스템으로 고착화하겠다는 선언이다. 필자는 이번 5중전회의 함의와 가져올 변화를 크게 3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2027년 21차 당 대회를 앞둔 ‘시진핑 4기 체제’의 사전 정지작업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당 대회 1년 전 중전회는 차기 권력구도를 다지는 무대였다. 2016년 18기 6중전회를 통해 시 주석을 ‘당 중앙의 핵심’으로 공식화했고, 이듬해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사상이 당헌에 삽입되었다. 이번 회의도 같은 맥락이다. 홍콩 명보와 대만 자유시보 등은 이번 회의에서 30~40명의 중앙위원이 교체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체 205명 중 3중전회와 4중전회에서 이미 14명이 제명된 점을 감안하면, 중앙위원회의 5분의 1 이상이 물갈이되는 셈이다. 특히 올해 낙마한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류전리 전 연합참모부 참모장의 당적 박탈도 이번 회의에서 추인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잇따른 군 수뇌부 숙청을 시 주석의 권력 약화로 해석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군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은 오히려 당의 군에 대한 절대 영도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로 봐야 한다. 작년 4중전회에서 정치인이 아닌 현역군인 장성민이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번 인사 개편으로 비워진 자리는 시 주석의 신임을 받는 젊은 기술관료와 충성파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21차 당 대회의 차기 지도부 구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시험대인 셈이다.

둘째, 당의 통제가 경제와 산업 현장 깊숙이 침투하는 ‘당 주도 경제운영’의 강화이다. 반부패의 칼날은 이미 금융, 국유기업, 에너지, 첨단산업 분야로 확대되었다. 이번 결정을 통해 전면종엄치당이 제도화되면 중앙의 정책이 지방과 기업 현장에서 일사불란하게 집행되는 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작년부터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반내권(反内卷∙출혈경쟁 방지)’과 ‘전국통일대시장’ 건설도 결국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보조금 경쟁과 지방보호주의를 당의 기율로 다잡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지방 관료들이 문책을 두려워해 몸을 사리는 ‘탕핑(躺平)’식 소극행정이 확산될 수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4.5%, 1~9월 누적 4.6%로 목표 범위를 지켰지만, 같은 기간 고정자산투자는 7.2%, 부동산투자는 20.6% 감소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절실한 시점에 기율 강화가 오히려 지방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책 결정의 속도는 빨라지겠지만, 현장의 유연성과 창의성은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15∙5 규획의 집행력 강화를 통한 대미 장기전 대비 체제의 결속이다. 15∙5 규획의 최우선 목표는 과학기술 자립자강이다. 반도체, AI 등 첨단산업의 기술자립은 국가가 자원을 총동원하는 ‘신형거국체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신형거국체제를 움직이는 엔진이 바로 공산당 조직이다. 결국 이번 5중전회는 15∙5 규획 첫해에 당 조직의 기강을 바로 세워 향후 5년간 정책 집행력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미·중간 갈등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국면이 오더라도 기술패권경쟁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중국은 내부 결속을 통해 미국과의 장기전을 버틸 수 있는 체제를 완성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주도의 ‘홍색공급망’ 구축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 조직이 산업정책 집행의 최전선에 서게 되면, 반도체∙배터리∙희토류 등 전략 품목에 대한 국산화 압박과 수출통제는 더욱 정교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공급망이 깊게 얽혀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5중전회가 가져올 향후 중국의 정치, 경제적 변화와 리스크에 주목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협력하던 지방정부 관료나 국유기업 경영진이 하루아침에 낙마하면 프로젝트 자체가 표류할 수도 있다. 반부패 기조에 맞춰 현지 법인의 컴플라이언스 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 과거 ‘꽌시’에 의존하던 중국 비즈니스 방식이 아닌 준법경영을 체계화해야 한다. 접대와 인맥 중심의 영업 관행은 중국 파트너는 물론 우리 기업까지 반부패 조사의 소용돌이에 끌어들일 수 있다. 동시에 당의 통제력이 강해질수록 중앙 정책의 방향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15∙5 규획이 제시한 신에너지, 바이오제조, 피지컬 AI 등 전략∙미래산업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선제적으로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시 주석 4기 체제가 사실상 확정될 내년 당 대회까지 중국의 대내외 정책은 ‘안정 속 통제 강화’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도 단기적 이슈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중국 접근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5중전회를 단순히 시 주석의 1인 권력 강화로만 해석하면 중국의 속내를 간파할 수 없다. 중국사업의 핵심은 공산당의 정책 방향성을 얼마나 정확히 읽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의 변화라는 나무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국 공산당이라는 전체 숲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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