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베이징 금융가포럼에서 "정책금융, 엑시트 준비해야"

  • 중국 금융개혁에 '엑시트·순서·인내' 시사점 제시

  • 장기자금 유입하려면 투자금 회수 통로도 확보할 것 조언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이 21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금융가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용성 기자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이 21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금융가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용성 기자]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이 중국의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금융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원 종료 시점과 민간자금으로의 전환을 명확히 하는 '엑시트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소장은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2026 금융가포럼 연차회의의 신화사 주최 포럼에 참석해 중국 금융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금융의 경험과 교훈을 설명했다. 포럼에서 전 소장은 '엑시트·순서·인내'를 세 가지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전 소장의 발언은 금융가포럼 현장에서 상당히 높은 관심을 받았다. 

전 소장은 금융을 경제의 혈액에 비유하며 "중요한 것은 혈액의 양이 아니라 혈압과 순환"이라고 말했다. 금융이 실물경제보다 앞서면 거품이 발생하고, 뒤처지면 성장이 위축되는 만큼 금융과 실물경제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첫 번째 제안으로 정책금융의 '엑시트' 메커니즘을 꼽았다. 한국은 1960~1980년대 은행을 산업정책 수단으로 활용해 저금리 자금을 철강·조선·자동차·전자산업에 집중적으로 공급했다. 이를 통해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했지만, 은행의 위험 심사가 약화되고 기업들이 '대마불사'를 믿으면서 부작용도 커졌다는 게 전 소장의 분석이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직전 한국 제조업의 부채비율이 400%에 육박했으며, 위기 이후 금융시스템 재건에 168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략산업에 대한 정책금융은 필요하지만 지원을 언제 종료하고 민간자금이 언제 이어받을지 미리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금융이 경쟁력을 잃은 기업을 연명시키는 '생명유지장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 소장이 두 번째로 강조한 것은 '순서'다. 전 소장은 1996년 출범한 코스닥시장이 바이오·제약, 게임, 배터리 기업의 성장 기반이 됐지만, 한국은 시장을 먼저 개방하고 제도를 나중에 보완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돌아봤다. 부실 상장과 불공정 거래가 확산하면서 2000년 코스닥지수가 한 해 동안 80% 폭락했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렸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科創板)이 상장 문턱을 낮추는 것만큼 퇴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보공시, 상장폐지, 불법행위 처벌이라는 세 가지 기본 제도가 시장 확대에 앞서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 번째로 '인내자본'으로 불리는 장기투자자 육성을 강조했다. 전 소장은 한국 증시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다고 소개하며 올해 한국 증시에서 레버리지와 강제 청산으로 인해 주가가 부침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연금과 같은 장기 기관투자자는 시장 변동성을 흡수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계저축을 보유한 중국이 연금·보험·공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부동산과 예금에서 장기투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기자금이 유입되려면 투자뿐 아니라 회수도 원활해야 한다며 인수·합병(M&A)과 세컨더리 펀드(S펀드) 등 투자금 회수 경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소장은 한중 금융협력 확대도 제안했다. 양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에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과학기술 금융, 위안화·원화 직거래, 금융 안전망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금융가포럼 연차회의는 중국의 주요 금융정책 당국과 베이징시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금융 포럼이다. 2026년 행사는 10월 19~22일 베이징 금융가에서 '개방·협력·포용, 글로벌 금융 발전의 새로운 생태계 구축'을 주제로 열렸으며, 40여 개 국가·지역에서 400여 명의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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