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윤의 증시 라운지] 李정부 500일…평탄화, 정상화, 그리고 양극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 춘추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티타임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 춘추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티타임을 겸한 약식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대통령과 정권의 임기도 마찬가지다. 임기라는 물리적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지만 그 시간의 느림과 빠름에 대한 체감의 정도는 상대적이다. 

정권의 시간에 대한 체감(혹은 평가)은 '벌써'와 '아직도'라는 두 부사어로 압축할 수 있다. 국정 운영을 잘했다면 "벌써 임기가 이렇게 지났나"라는 이들이 더 많을테고, 그 반대라면 "아직도 임기가 이렇게 많이 남았나"라는 목소리가 거셀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얼마전 출범 500일을 넘겼다. 전체 임기의 3분의 1이 지났다. 출범 500일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평가는 제각각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주변에서 '아직도'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정부의 자체 평가는 어떨까. 출범 500일 성과에 대한 정부 공식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이재명 대통령이 평가를 내놨다. 지난 9월18일 취임 후 7번째 기자회견과 10월 19일 약식 기자회견(티타임)을 통해서다. 현 정부의 경제 성적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주식시장에 대한 질문과 답변도 나왔다. 이 두 가지는 현 정부 들어 대통령 국정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상위 5위권에 드는 항목들이다. 

대통령이 내놓은 중간평가는 부동산의 '평탄화'와 주식시장의 '정상화'였다. 

먼저 '평탄화'다. 9월18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 성과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강남을 포함한 지역의 하락이 시작돼 계속 확산되고 있다.…(중략) 물론 외곽 지역은 오르고 있다. 전에는 강남은 꼭대기, 다른 데는 낮은 식이었는데 여기(강남)는 내리고 여기(강남 외 지역)는 살짝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

고강도 대책으로 강남 3구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성과를 주목해달라는 게 대통령이 '평탄화'라는 표현을 쓴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곧바로 논란이 뒤따랐다. 야당은 서울 집값이 89주 연속 상승한 상황에서 '평탄화'라는 발언이 적절하냐고 따져 물었다.

'정상화'는 10월19일 약식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최근 주식시장 급락과 국민연금 주식평가액이 급감한 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은 이 단어를 사용했다. 
 
"많이 오르면 조정이 불가피하고, 어느 수준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적정한 정도를 넘어서면 고통스럽다.…정부가 금융시장, 증권 시장 이런 데 직접 개입하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자꾸 말씀드리지만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된 게 사실이다.…주식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 정책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계속 체크하고 있다. 주주 존중 문화, 지배경영권 남용 이 문제들이 남은 과제이고 계속 교정해 가야 한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긴 한데, 이 역시 논란을 불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 과정에 대한 세간의 의혹이 여전하고, 주식시장 저평가의 원인이 여전히 기업(대기업)에 있다고 한 데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주식시장의 '정상화'가 뭐냐는 지적도 나온다. 상반기 고점 대비 40% 넘게 급락한 코스피가 9000피, 1만피로 가는 걸 정상화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걸 정부가 정책목표로 설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이 '평탄화' 되고 있고, 주식시장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에도 당장의 여론은 그리 좋지 않다. 9월 18일 기자회견, 10월 19일 약식 기자간담회에도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대체로 하락세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10월26일 리얼미터)에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5.3%로 전주 대비 2%p 하락했다. 

'평탄화'(부동산)과 '정상화'(주식시장)는 둘 다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추진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 두 가지가 대통령 국정운영의 긍정과 부정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본다. 물론 부동산과 주식시장 관련 정책의 성패를 평가하기에 500일은 너무 짧다. 적어도 임기 4년차 정도 되어서야 가능하다.

걱정되는 건 평탄화와 정상화 과정에서 나타날 후과(後果)다. 그 후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고강도 부동산 정책으로 강남 집값이 하락했다지만, 역설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서 '역대급' 전월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전월세난의 직격탄을 맞는 건 서민·중산층이다. 6월 이후 급락한 주식시장은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의 눈물로 이어지는 중이다. 급락장이 불러온 손실의 충격파 역시 투자경험·정보가 부족한 서민·중산층을 향한다.

시중에서 '평탄화'(부동산)과 '정상화'(주식시장)가 역설적이게도 '양극화'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만난 한 경제관료는 "현 정부는 부동산 평탄화와 주식시장 정상화를 통해 '자산 불평등'을 해소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산 양극화의 골을 더 깊이 만드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때마침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빈부격차와 소득불균형 정도를 보여줄 지표가 한 달여 뒤에 나온다. 한국은행과 국가데이터처가 매년 12월 발표하는 '202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다. 매년 3월 기준 '순자산 지니계수'가 이 조사에서 발표된다. 이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완화를,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심화를 뜻한다. 

지난해 12월 나온 조사(2025년 3월 기준으로 윤석열 정부 3년차에 해당)에서 우리 경제의 순자산 지니계수는 0.625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이재명 정부 1년차 경제정책이 우리 사회 불평등 정도를 어떻게 바꿨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어떤 숫자가 나올 지 아직은 모른다. 다만 그 숫자에 따라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더 격렬해질 것이다. '벌써'와 '아직도' 중 어떤 쪽의 목소리를 키울 숫자가 나올 것인가. 개봉박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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