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사진=챗GPT]
원·엔 환율이 100엔당 840원대로 내려앉은 가운데 주요 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이 다시 늘고 있다. 낮은 일본 금리를 활용하려는 차입 유인에 일본산 원자재·설비 수입 기업의 자금 수요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엔화 가치가 반등하면 원화로 환산한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금리뿐 아니라 환율 변동 위험도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엔화대출 잔액은 801억6800만엔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694억6100만엔보다 107억700만엔(15.4%) 증가했다.
최근 증가세는 엔화 강세와 일본 금리 인상으로 대출 상환이 이어졌던 2024년 하반기~2025년 초와 대비된다. 당시 5대 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2024년 8월 말 778억엔에서 2025년 2월 말 725억엔으로 6개월 연속 감소했다. 2024년 6월 말 100엔당 850원대였던 원·엔 환율이 2025년 3월 1000원에 근접하고 일본 정책금리도 오르면서 기업들이 상환에 나섰다는 게 당시 은행권의 설명이었다.
이후 줄어들었던 잔액이 올해 들어 다시 늘면서 2024년 초 수준을 회복했다. 2024년 1월 말 5대 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805억엔이었다. 다만 잔액 증가는 신규 대출과 기존 대출 상환이 함께 반영된 결과인 만큼 증가분 전체를 신규 차입 수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은행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 금리와 기업의 엔화 실수요를 대출 수요의 배경으로 꼽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보다 일본 금리가 낮은 만큼 엔화로 자금을 마련하려는 유인이 있을 것”이라며 엔화 가치가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기대도 차입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엔저가 모든 차주에게 신규 차입 시 이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차주는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화로 환산한 상환 부담이 줄지만 새로 엔화를 빌려 원화로 바꾸는 차주는 같은 금액을 빌려도 확보하는 원화가 적어진다. 따라서 차입 시 유불리는 실제 대출금리 차이와 자금 용도, 향후 환율 움직임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은행들의 엔화대출은 엔화로 결제할 자금이 필요한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엔화 금리가 낮을 당시 의사 등 개인사업자와 고소득자들이 엔화대출을 받은 뒤 일부가 대출금을 부동산 투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당국이 실수요에 맞게 외화대출을 취급하도록 관리하면서 자금 용도를 증빙한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일본산 원자재·설비 수입 등 엔화 실수요가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엔화대출 문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화 실수요가 있더라도 환율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은 남는다. 엔화로 수입 대금을 치르더라도 매출이 원화로 발생한다면 엔화 가치가 오를 때 빚을 갚는 데 필요한 원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엔화대출 차주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2007년 6월 100엔당 75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엔 환율은 2008년 3월 1000원을 넘어섰다. 이후 금융위기를 거치며 상환 부담이 커지자 엔화대출 차주들로 구성된 ‘엔화대출자모임’은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소송에서 시중은행들을 대리했던 최병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외화대출은 환율 변동에 따른 원리금 상환액 변동 위험이 수반되는 만큼 환율 시나리오별 원화 환산 상환액을 사전에 계산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환율과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선물환, 통화선물 및 이자율스와프 등 적절한 헤지 수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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