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래를 전망할 때마다 두 가지 질문을 함께 던진다. 돈은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 돈이 움직이는 방향을 알아야 투자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지만, 인간이 움직이는 방향을 모르면 그 투자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 강물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뱃사공이 목적지에 도달하기 어렵듯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투자자는 자산을 지키기 어렵다. 그러나 강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만 알고 자신이 어느 항구에 도착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항해의 의미는 사라진다. 투자와 인생도 마찬가지다.
최근 출간된 두 권의 책이 이러한 생각을 다시 일깨운다. 경제 전문가 정태익·김도윤·김광석·김용섭·김학렬·박세익·박정호·이효석 등 8명이 함께 쓴 『머니 트렌드 2027』과 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이 집필한 『트렌드 코리아 2027』이다. 전자는 거시경제와 주식, AI, 부동산, 비즈니스, 문화 트렌드 등 경제의 변화를 살피고, 후자는 소비자의 행동과 생활양식, 조직과 인간의 변화를 열 가지 키워드로 분석한다.
두 책은 서로 다른 길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만난다. 2027년, 인간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돈을 벌며,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가. 우리는 이 두 권을 단순한 미래 예측서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지침서로 읽고 싶다. 특히 경제적 부와 인간적 행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아주경제 독자들과 함께 2027년을 준비하는 지혜를 나누고 싶다.
AI가 돈을 버는 시대, 누가 부의 주인이 되는가
2027년 세계 경제를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는 인공지능이다. AI는 더 이상 일부 기술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금융과 의료, 유통과 언론, 교육과 문화산업까지 경제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생산과 소비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이 인간의 근육을 대신했다면 AI는 인간의 두뇌가 수행하던 일의 일부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기계가 육체노동의 생산성을 높였다면 AI는 지식노동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틱 AI(Agentic AI)로의 진화다. 지금까지의 AI가 인간의 질문에 답하고 글과 그림을 만들어 주는 도구였다면, 에이전틱 AI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업무를 계획하고 필요한 도구를 사용하며 여러 단계를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정해진 권한과 조건 안에서 자료를 조사하고, 일정을 조정하고, 고객의 요구를 분석하며, 복잡한 업무의 일부를 처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중소기업이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한다고 가정해 보자. 기존에는 시장조사와 경쟁사 분석, 상품 소개서 작성, 번역, 거래처 발굴 등에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에이전틱 AI를 활용하면 여러 업무를 연결해 수행하고 담당자가 중요한 판단과 협상에 집중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물론 계약 체결과 자금 집행, 법률적 책임이 따르는 결정에는 인간의 승인과 검증이 필요하다. AI가 자율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인간의 책임까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경쟁구조를 바꿀 수 있다. 과거에는 많은 인력과 자본을 가진 기업이 유리했다면 앞으로는 소수의 우수한 인력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높은 생산성을 실현하는 기업도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동시에 AI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능력, 데이터의 품질을 관리하는 능력, 기술의 오류와 위험을 통제하는 능력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를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AI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누가 가져갈 것인가. AI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인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인가,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인가, 아니면 AI를 활용해 기존 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업인가.
과거 미국 서부의 골드러시에서는 금을 캐러 간 사람들만 돈을 번 것이 아니었다. 광부들에게 청바지와 삽, 운송수단을 제공한 사람들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AI 산업도 비슷하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과 통신망, 소프트웨어와 산업별 응용서비스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금광을 발견했다는 소문만 듣고 달려간 사람들이 모두 부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AI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기술의 발전과 기업의 이익은 반드시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으며, 훌륭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도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면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길 수 있다.
2027년의 투자자는 AI라는 유행을 사는 것이 아니라 AI가 만들어내는 실질적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기업이 실제로 돈을 벌고 있는지,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지, 현재 가격이 미래의 이익에 비해 합리적인지를 살펴야 한다. 기술을 이해하는 눈과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눈이 함께 필요한 시대다.
에이전틱 AI에서 피지컬 AI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산업혁명
AI 혁명의 다음 무대는 디지털 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에이전틱 AI가 지식과 정보의 세계에서 업무를 계획하고 수행한다면 피지컬 AI(Physical AI)는 로봇과 기계, 자동차와 산업설비를 통해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기술이다. 두 기술은 서로 구별되지만 궁극적으로 결합하면서 산업과 생활의 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가령 스마트공장을 생각해 보자. 에이전틱 AI가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원자재 조달과 재고관리를 지원한다면, 피지컬 AI를 적용한 로봇은 생산현장에서 부품을 옮기고 제품을 조립하며 불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사람이 전체 목표와 안전기준을 설정하고 AI 시스템을 감독하는 가운데 디지털 지능과 물리적 지능이 하나의 생산체계로 연결되는 것이다.
농업에서도 변화가 가능하다. AI가 기상정보와 토양 상태를 분석해 파종과 수확 시기를 제안하고, 농업용 로봇이 작물의 생육 상태를 파악해 수확 작업을 지원할 수 있다. 고령화와 농촌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농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의료와 돌봄 분야에서는 환자의 이동을 돕는 로봇과 재활훈련을 지원하는 장비, 위험한 산업현장에서는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무인 시스템이 발전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변화에 도전할 만한 산업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정밀제조와 통신기술을 축적해 왔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철강과 조선, 자동차로 성장했고 정보화 시대에는 반도체와 전자산업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AI 시대에는 이들 산업을 지능형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피지컬 AI의 성공은 로봇을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에 달려 있지 않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얼마나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작동하는가, 사람의 노동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돕는가, 유지관리와 에너지 비용을 포함해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만들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두려움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과거 자동차의 등장으로 마차 관련 산업은 쇠퇴했지만 자동차 제조와 도로 건설, 정비와 물류 등 새로운 산업이 성장했다. AI 역시 새로운 직업을 만들 가능성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에게 자동으로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기업은 직업 재교육과 사회안전망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기술의 가치를 판단할 때 언제나 그 기술이 인간에게 무엇을 남기는지 묻고 싶다. 로봇이 위험한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돕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한다면 그것은 인간을 위한 기술이다. 반대로 기술의 화려함만 과시하고 인간의 존엄과 안전을 외면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진정한 진보라고 말하기 어렵다.
기술 강국은 뛰어난 기술을 만드는 나라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국은 그 기술을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 아는 나라다. 2027년 대한민국의 산업정책은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를 국가 경쟁력의 새로운 기반으로 육성하되, 기술개발을 넘어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2027년, 미래를 기다리지 말고 미래의 대기를 팔아라
우리는 2027년을 준비하는 기업인과 투자자들에게 한 가지 발상의 전환을 제안하고 싶다. 미래가 도착한 다음 그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 도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과 기반을 먼저 만드는 것이다.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2027년의 대기를 파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대기란 공기 자체를 상품으로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환경과 인프라, 기술과 서비스를 미리 준비한다는 의미다.
과거 철도가 확산될 때 기관차를 만드는 기업만 성장한 것은 아니었다. 철로와 교량, 역사와 물류시설을 건설하는 기업들도 새로운 경제권을 형성했다. 자동차 시대에는 자동차 제조업뿐 아니라 도로와 주유소, 정비와 보험, 금융과 관광산업이 함께 발전했다. 인터넷 시대에는 컴퓨터 제조업체뿐 아니라 통신망과 데이터센터, 검색과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새로운 부의 중심에 섰다.
AI 시대에도 비슷한 변화가 예상된다. 에이전틱 AI가 기업의 업무를 수행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보안체계와 업무 연결망이 필요하다. 피지컬 AI가 산업현장에서 작동하려면 고성능 반도체와 센서, 구동장치와 배터리, 통신망과 전력, 시험·인증시설과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바로 이러한 기반이 미래 산업의 대기다.
AI 로봇을 직접 생산하는 기업만이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다. 로봇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거나 안전성을 검증하고, 공장에 AI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돕거나, 유지관리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지역경제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지방자치단체가 AI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거대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력과 용수, 교통과 통신, 연구기관과 전문인력, 주거와 교육환경을 함께 준비해야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새만금과 같은 대규모 개발지역도 단순히 공장 부지를 공급하는 차원을 넘어 미래 산업이 활동할 수 있는 종합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피지컬 AI 실증시설과 연구개발 거점, 에너지와 물류 기반, 청년 연구인력이 정착할 수 있는 생활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물론 막대한 공공투자가 필요한 만큼 실제 기업 수요와 경제성, 환경영향을 면밀하게 검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미래 산업의 대기를 만든다는 것은 유행을 앞질러 무작정 투자하라는 뜻이 아니다. 어떤 산업이 성장하더라도 공통적으로 필요할 기반이 무엇인지 살피고, 장기적인 수요와 수익성을 확인하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완성된 열매를 비싸게 사는 것보다 좋은 토양과 물길을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더 큰 기회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토양이 비옥하다고 모든 씨앗이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다.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개별 기업의 투자 가치는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
2027년의 현명한 투자자는 미래를 정확히 예언하려는 사람보다 미래가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먼저 이해하는 사람일 것이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는 예언이 아니라 절제의 기술이다
새해가 다가오면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역시 돈이다. 주식은 오를 것인가. 부동산은 회복될 것인가. 금과 달러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은퇴자금은 어디에 맡겨야 하는가.그러나 경제 전망은 미래에 대한 가설이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2027년에도 세계 경제는 금리와 물가, 지정학적 갈등, 각국의 재정정책과 무역정책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AI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지속될 것인지, 그 성과가 실제 기업 이익으로 연결될 것인지도 중요한 변수다.
투자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미래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를 정확히 안다고 믿는 사람일 수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와 2000년 전후의 닷컴버블은 서로 다른 시대의 사건이지만 공통된 교훈을 남겼다.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커지면 자산가격은 실제 가치와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모든 기대를 거품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닷컴버블이 붕괴한 뒤에도 인터넷은 세계 경제를 바꾸었다. 기술혁명은 진짜였지만 그 과정에서 모든 투자자가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AI 투자에서도 비슷한 구별이 필요하다.
부동산 역시 하나의 시장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서울과 지방, 주거용과 상업용,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과 줄어드는 지역은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특히 AI와 첨단산업의 발전은 새로운 산업거점의 형성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산업단지 조성계획이 발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주변 부동산의 가치가 반드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일자리와 인구 유입, 교통망과 생활환경, 주택 공급과 금융비용을 함께 살펴야 한다.
개인 투자자가 지켜야 할 원칙은 오히려 단순하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자산에 투자하지 말고, 빚을 지나치게 늘리지 않으며, 단기간의 유행에 전 재산을 걸지 않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농부는 좋은 씨앗을 고르는 일만큼이나 계절을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매일 가격을 확인한다고 기업의 가치가 더 빨리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은퇴를 준비하는 세대에게는 높은 수익률만큼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생활비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금융자산 투자와 함께 자신의 전문성과 기술을 높이는 투자가 필요하다.
주식은 하락할 수 있고 부동산은 유동성이 묶일 수 있다. 그러나 평생 쌓은 지식과 경험, 성실한 태도는 다양한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토대가 된다. 2027년 최고의 투자 대상 가운데 하나는 여전히 자기 자신이다.
알파쉽, 무리를 따라가지 않는 인간이 미래를 만든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이 제시한 대표적인 화두는 '알파쉽(ALPHA SHEEP)'이다. 2027년 정미년, 양의 해를 맞아 만들어진 표현으로, 무조건 무리를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새로운 길을 선택하고 먼저 행동하는 존재를 상징한다.나는 이 개념이 2027년을 살아갈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데 익숙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고, 집을 마련하고, 은퇴를 준비하는 것이 성공적인 인생의 표준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지식노동을 대신하고 직업의 수명이 짧아지는 시대에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미래에도 그대로 통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창업을 위해 많은 자본과 인력이 필요했다. 지금은 작은 기업이나 개인도 AI를 활용해 시장조사와 디자인, 번역과 마케팅 등 여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에이전틱 AI를 활용하면 이러한 업무를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사업 과정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방의 작은 식품업체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을 개발한다고 생각해 보자. AI로 해외 소비자의 취향을 조사하고, 다국어 상품 설명을 만들고, 온라인 판매 전략을 세우는 일은 과거보다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물론 실제 수출을 위해서는 품질관리와 식품안전, 통관과 물류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AI는 사업을 대신 성공시켜 주는 마법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돕는 도구다.
이러한 변화는 『트렌드 코리아 2027』이 말하는 '해봄경제'와도 연결된다. 완벽한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작은 시도를 통해 배우고 수정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무작정 먼저 달려가는 일이 아니다. 방향을 판단하고, 작은 실험으로 확인하며, 실패에서 배우는 능력이다. 알파쉽은 남보다 빨리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AI 시대의 진정한 자본은 인간의 안목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의 열 가지 키워드 가운데 누구든 '안목자본'과 '휴먼 엣지'에 특별히 주목한다. 안목자본은 수많은 정보와 결과물 가운데 무엇이 가치 있는지를 판단하는 능력이며, 휴먼 엣지는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의 전문성과 감각, 책임 있는 개입의 가치를 뜻한다.
이 두 가지는 언론과 문화산업, 기업경영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AI는 몇 초 만에 수천 자의 글을 작성하고 방대한 자료를 요약하며 영상과 이미지를 제작한다. 에이전틱 AI는 취재자료의 정리와 데이터 분석, 다국어 번역과 콘텐츠 유통 등 뉴스룸의 여러 업무를 연결해 수행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 진실인지, 어떤 사실이 사회적으로 중요한지, 누구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문제는 여전히 인간의 책임이다.
AI가 어느 기업의 실적 발표를 순식간에 기사로 정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기업의 공시 내용이 사실과 일치하는지, 실적 개선이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 협력업체와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일에는 취재와 판단이 필요하다. 더구나 권력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진실을 보도할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는 단순한 문장 생성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의 경쟁력은 기사 생산량이 아니라 신뢰에 있다. AI가 뉴스를 더 빠르게 생산할수록 언론은 사실검증과 현장취재, 심층 분석과 책임 있는 판단을 통해 차별화해야 한다. 기술은 언론인의 능력을 확장하는 수단이어야지 언론의 양심을 대신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문화예술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AI가 화려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해서 오랜 세월 붓을 잡아온 서예가의 작품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한 획에 담긴 수련과 철학, 시대를 살아온 인간의 경험은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다.
수백 년 된 사찰의 기둥과 현대적인 건축물의 기둥은 똑같이 지붕을 지탱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래된 기둥에는 세월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남아 있다. 문화의 가치는 기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AI를 활용해 제품을 빠르게 개발할 수는 있지만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고 오랫동안 신뢰를 쌓는 일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의 '리:텐션 전략'이 시사하는 것도 신규 고객을 끊임없이 확보하는 데서 나아가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의 중요성이다.
좋은 경영자는 숫자를 읽는 능력과 함께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2027년에는 지식의 양보다 지식을 판단하는 지혜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권태사회, 풍요로운데 왜 행복하지 않은가
『트렌드 코리아 2027』이 제시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키워드는 '권태사회'다. 오늘날 인간은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 많은 정보와 콘텐츠를 접한다. 스마트폰을 켜면 뉴스와 영상, 음악과 게임이 끝없이 쏟아지고 AI는 개인의 취향에 맞춰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쉽게 지루해하고 피로를 느낀다. 즐길 것은 넘쳐나는데 정작 깊은 만족을 얻기는 어려워지는 것이다.우리는 여기서 현대 문명의 역설을 본다. 인간은 편리함을 추구하며 기술을 발전시켜 왔지만 편리함이 늘어날수록 삶의 의미가 자동으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많이 소비한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음악을 듣는 방법은 쉬워졌지만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 듣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사진은 수천 장씩 저장하지만 정작 한 장의 사진을 오래 바라보며 추억하는 시간은 부족할 수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의 '저장인류'라는 키워드도 이러한 현상과 연결된다. 우리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저장하려 하지만 기록을 쌓는 것과 기억을 깊이 간직하는 것은 다르다. 여행지에서 사진 백 장을 찍고도 그곳의 바람과 냄새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무엇을 얻은 것일까.
좋은 음식 한 끼를 천천히 먹는 시간, 가족과 나누는 대화, 친구와 함께 걷는 산책길, 한 권의 책을 깊이 읽는 경험이 때로는 수많은 디지털 콘텐츠보다 큰 기쁨을 준다.
우리는 여행을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인간과 문화와 자연을 만나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춘천의 문학마을을 걷거나 오래된 서원을 찾는 일, 낯선 도시의 작은 골목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일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를 남긴다.
기업도 이러한 변화를 읽어야 한다. 앞으로 소비자는 단순히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과 감정, 삶의 질을 개선해 주는 경험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관광과 문화, 예술, 건강과 여가산업에서 새로운 기회가 나타날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 『트렌드 코리아 2027』이 제시한 '폼 팩터 시프트'의 의미도 있다. 제품의 형태와 사용방식을 바꾸는 혁신은 단순한 외형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의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새로운 생활방식을 가능하게 할 때 비로소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결국 혁신의 출발점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실제 필요다.
인생에도 투자수익률이 있는가
'라이프 ROI'라는 개념도 눈여겨볼 만하다. ROI는 투자수익률을 뜻한다. 기업이 자본을 투입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었는지 평가하는 지표인데, 이제 사람들은 돈뿐 아니라 시간과 노력, 인간관계에도 일종의 투자수익률을 적용한다.한 시간의 회의가 얼마나 가치 있었는가. 한 번의 여행이 얼마나 깊은 경험을 남겼는가. 어떤 인간관계가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가. 이러한 질문은 의미가 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스물네 시간이다. 세계적인 부자도 하루를 스물다섯 시간으로 늘릴 수는 없다. 돈은 잃었다가 다시 벌 수 있지만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시간은 돈보다 더 희소한 자산이다.
그러나 나는 인생을 지나치게 수익률로만 계산하는 태도에는 경계심을 갖는다. 부모가 자녀를 돌보는 일, 친구가 어려운 친구를 돕는 일, 누군가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하는 일을 경제적 수익률로 평가할 수 있을까.
어린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한 시간은 당장 소득을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그 시간이 아이의 상상력과 인격 형성에 남기는 가치는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다. 숲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도 마찬가지다. 당장 경제적 수익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미래 세대에게 그늘과 맑은 공기를 남긴다.
인생에는 계산할 수 있는 가치와 계산해서는 안 되는 가치가 함께 존재한다. 돈을 투자할 때는 수익률을 따져야 하지만 사랑과 우정, 봉사와 희생까지 수익률로만 판단한다면 인간의 삶은 지나치게 메마르게 될 것이다.
2027년에는 경제적 효율성과 인간적 따뜻함을 함께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AI가 업무시간을 줄여준다면 그 시간을 단순히 더 많은 일을 하는 데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 문화와 자연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기술이 만들어낸 여유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때 비로소 생산성 향상의 의미가 완성된다.
인생 후반전은 쇠퇴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다
두 책이 던지는 질문은 젊은 세대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의 '하프 시그널'은 중년의 신체적·정서적 변화를 새로운 인생의 전환 신호로 받아들이는 흐름을 보여준다.나는 이 개념을 조금 더 넓게 해석하고 싶다. 인간의 인생은 청년기와 중년기, 노년기로 구분되지만 배움과 성장에는 정해진 은퇴 시점이 없다. 60세가 넘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수 있고, 70세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수 있으며, 80세에도 여행과 예술을 즐길 수 있다.
미국의 화가 그랜마 모지스는 노년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널리 알려졌다. 그의 삶은 새로운 도전이 반드시 젊은 시절에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반대로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서 평생의 행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며 출발이 조금 늦었다고 해서 모든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00세 시대의 핵심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사는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채울 것인가 하는 문제다.
AI는 이 과정에서 유용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고령자에게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고, 언어의 장벽을 낮추며, 건강관리와 일상생활을 지원할 수 있다. 에이전틱 AI는 개인의 일정과 학습계획을 관리하도록 돕고, 피지컬 AI는 이동과 돌봄, 재활을 지원하는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외로움까지 자동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고령사회에서는 기술투자와 함께 공동체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 세대가 서로 배우고 돕는 사회, 나이가 들어도 일할 기회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노년을 단순히 복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경험과 지혜를 가진 고령자는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젊은 세대가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고 노년 세대가 삶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사회는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
2027년의 장수사회는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사회가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더 오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인간·문화·자연, 2027년의 새로운 투자 기준
우리는 기업경영과 인생을 생각할 때 언제나 세 가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인간과 문화와 자연이다.인간을 사랑하지 않는 기술은 위험하다.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경제는 빈곤하다. 자연을 파괴하는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2027년의 투자 역시 이러한 기준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을 위한 투자는 교육과 의료, 건강과 돌봄, 안전과 주거의 질을 높이는 산업에서 출발한다. 문화에 대한 투자는 예술과 관광, 출판과 미디어, 문화유산과 창작산업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다. 자연을 위한 투자는 에너지 효율과 자원순환, 환경보전과 지속 가능한 농업,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키는 일이다.
예를 들어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의 작은 마을에 오래된 건축물과 문화유산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곳에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대형 시설을 짓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해설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주민이 운영하는 숙박시설과 음식점을 연결하며,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체류형 관광을 발전시키는 방법도 있다.
AI 번역과 디지털 안내 기술을 활용하면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고, 에이전틱 AI를 활용하면 여행자의 관심사에 맞춘 일정과 지역 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피지컬 AI는 이동이 불편한 관광객의 접근성을 개선하거나 시설관리의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관광수입이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고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이 보전된다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할 수 있다.
다만 인간과 문화와 자연을 위한 사업이라고 해서 모두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타당성과 사회적 가치는 각각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좋은 뜻만으로 기업을 지속할 수는 없으며, 반대로 당장의 수익만을 위해 인간과 자연을 희생한다면 그 성장도 오래가기 어렵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익은 기업이 존재하는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 더 큰 가치를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AI 시대의 진정한 혁신은 기술의 성능을 과시하는 데 있지 않다. 그 기술을 통해 인간을 더 자유롭게 하고, 문화를 더 풍요롭게 하며, 자연과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
밥과 일과 꿈, 2027년을 살아가는 세 가지 원칙
우리는 인간의 삶을 밥과 일과 꿈이라는 세 가지 말로 생각한다.밥은 생존이다. 일은 사회와 맺는 관계다. 꿈은 인간을 미래로 이끄는 힘이다.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건강한 인생이 된다. 밥만 있고 일이 없으면 삶의 활력을 잃기 쉽고, 일만 있고 꿈이 없으면 인간은 지치기 쉬우며, 꿈만 있고 밥이 없으면 현실의 토대가 흔들린다.
농부를 생각해 보자. 농부에게 밥은 수확한 곡식이고, 일은 땅을 일구는 노동이며, 꿈은 다음 계절에 더 좋은 열매를 맺으리라는 희망이다. 기업인에게 이익은 밥이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은 일이며,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남기려는 비전은 꿈이다.
언론인에게 밥은 생계를 유지하는 기반이고, 일은 사실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활동이며, 꿈은 진리와 정의와 자유가 살아 숨 쉬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사라지면 균형이 흔들린다.
2027년은 이 세 가지의 균형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해가 될 것이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왜 일하는지 질문해야 하고, 돈을 버는 방법이 다양해지는 시대일수록 돈을 왜 버는지 생각해야 하며, 수명이 길어지는 시대일수록 오래 사는 목적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특히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의 발전은 일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도록 요구한다. 인간이 반복적인 업무와 위험한 노동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그 시간을 창조와 학습, 돌봄과 문화활동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줄여주더라도 인간에게 의미 있는 일과 사회적 역할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풍요는 새로운 공허함을 낳을 수도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도전할 용기가 필요하다. 중년 세대에게는 경험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며, 노년 세대에게는 나이를 이유로 꿈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기업에는 사람을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보는 경영철학이 필요하고, 국가에는 성장률뿐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밥과 일과 꿈이 공존하는 사회야말로 기술혁명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적이다.
2027년,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다섯 가지 질문
새해를 앞두고 아주경제 독자 여러분과 함께 다섯 가지 질문을 나누고 싶다.첫째, 나는 지금 무엇에 투자하고 있는가. 주식과 부동산뿐 아니라 지식과 건강, 가족과 인간관계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금융자산의 수익률은 숫자로 확인할 수 있지만 건강과 신뢰, 인간관계의 가치는 위기가 닥쳤을 때 비로소 절실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둘째, AI 시대에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에이전틱 AI가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고 피지컬 AI가 현실 세계의 노동을 지원하는 시대에는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기술과 협력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안목을 발전시키는 능력이 중요하다. 인간의 역할은 기계와 똑같은 일을 더 빨리 하는 데 있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데 있다.
셋째,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은가. 더 큰 집과 더 비싼 자동차, 더 많은 금융자산을 갖는 것이 언제나 더 나은 인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유의 양보다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넷째, 나의 성공은 다른 사람과 사회에 어떤 가치를 남기는가. 좋은 투자는 개인의 부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일자리와 기술, 문화와 공동체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기업의 성공이 사회의 발전과 연결될 때 그 성과는 더욱 지속 가능해진다.
다섯째, 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가. 인생의 어느 단계에 있든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은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사람이다. 청년의 꿈은 도전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 중년의 꿈은 새로운 성취로, 노년의 꿈은 경험과 지혜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질문들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다. 그러나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2027년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투자일 수 있다.
돈의 미래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미래다
『머니 트렌드 2027』과 『트렌드 코리아 2027』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미래를 바라본다. 한 권은 경제와 산업, 자산시장의 변화를 살피고 다른 한 권은 소비와 생활양식, 인간의 선택을 탐색한다. 두 책을 함께 읽으며 나는 2027년의 변화가 단순히 새로운 기술과 상품의 등장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더욱 분명히 하게 된다.에이전틱 AI는 인간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피지컬 AI는 인간이 살아가는 물리적 환경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이 두 흐름이 결합하면 기업의 조직구조와 산업의 경쟁질서, 개인의 직업과 소비생활, 국가의 성장전략까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변화가 아무리 거대하더라도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어야 한다. AI가 더 많은 일을 수행할수록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로봇이 더 많은 생산활동을 담당할수록 그 성과를 어떻게 나누고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2027년을 준비하는 기업인과 투자자들에게 미래의 대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라고 권하고 싶다.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 신뢰와 인재, 문화와 생활환경을 먼저 준비하라는 뜻이다. 미래를 기다리는 사람보다 미래가 실현될 조건을 만드는 사람이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또 다른 지혜가 필요하다. 돈의 흐름을 읽되 돈에 끌려가지 않고, 기술의 발전을 받아들이되 인간의 판단을 포기하지 않으며, 새로운 기회를 찾아 투자하되 삶의 소중한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다.
2027년 세계 경제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주식시장이 얼마나 오를지,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 AI가 얼마나 많은 직업을 변화시킬지도 확정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미래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인생에서 투자자다. 돈을 투자하고, 시간을 투자하고, 정성을 투자한다. 그 투자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고 한 사회의 미래를 만든다.
나는 2027년이 대한민국에 단순한 경제성장의 한 해를 넘어 인간의 가치와 문화의 품격,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발견하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가 새로운 산업의 문을 열고, 그 기술의 성과가 인간의 자유와 존엄, 공동체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독자 여러분의 새해에도 경제적 안정과 건강,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새로운 배움과 도전이 함께하기를 소망한다.
돈은 삶을 지탱하는 수단이고, 일은 삶을 실현하는 과정이며, 꿈은 삶을 앞으로 이끄는 힘이다. 밥과 일과 꿈이 공존하는 인생, 인간과 문화와 자연이 함께 숨 쉬는 사회가 내가 생각하는 2027년의 가장 가치 있는 투자이자 가장 아름다운 미래다.
2027년, 우리는 무엇으로 돈을 벌 것인가보다 먼저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에이전틱 AI가 일을 수행하고 피지컬 AI가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에도 미래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인간이 더욱 인간다워지는 시대,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2027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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