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28일 오후 이형훈 제2차관 주재로 ‘2026년 제1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지역과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 이행계획 ▲환산지수-상대가치 연계 수가 조정(안) ▲검체검사 위·수탁 조건부 보상 추진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6월 제12차 건정심에서 확정한 ‘연간 3조 6000억 원 규모 지역·필수의료 투자계획’의 구체적 실행 시간표를 확정한 것으로, 우선 2조 7000억 원의 수가 인상을 오는 11월 고시 개정을 거쳐 내년 1월과 3월 순차 시행하고 나머지 9000억 원 규모의 과제도 연내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원가 194%’ 영상·검체검사 2.6조 메스…위·수탁 ‘할인 리베이트’ 관행도 뿌리 뽑는다
이번 수가 구조 혁신의 핵심 기제는 ‘과보상 축소를 통한 저보상 필수의료 재투자’다. 정부가 수행한 2023년 회계연도 의료비용 분석 결과에 따르면, 행위별 원가 대비 건강보험 보상 수준(수익률)은 심각한 불균형을 보였다.환자와 직접 대면하는 진찰(70.7%)과 입원(57.3%), 재활(62.0%), 마취(75.1%)는 원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저보상 상태에 머문 반면, 검체검사(190.0%)와 특수영상검사(194.1%)는 원가의 두 배에 육박하는 과보상을 누려왔다. 의료기관이 충분한 진찰과 상담 대신 검사 건수를 늘려 수익을 보전하는 왜곡된 진료 행태가 고착화된 구조적 원인이다.
이에 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비용 대비 수익이 150%를 초과하는 과보상 검사 수가를 대폭 깎아 연간 2조 6000억 원의 과다 지출을 줄인다.
우선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 수가를 평균 28% 낮춰(과보상 38개 세분류·702개 항목) 1조 6200억 원을 절감하고, 일선 병·의원이 외부에 검사를 맡길 때 검사료의 10%를 얹어주던 ‘위탁검사관리료’ 제도를 폐지해 2400억 원을 추가로 줄인다.
CT(96개 항목)와 MRI(384개 항목) 등 특수영상검사 역시 수가를 평균 25% 인하해 연간 7000억 원의 지출을 덜어낸다. 다만 진단전문의 검증료나 골수이상혈액검사, 장기이식 관련 조직적합성 면역검사, 영상전문의 판독료 및 응급가산 등 중증·응급진료에 필수적인 영역은 인하 대상에서 제외해 필수의료 현장의 충격을 차단했다.
특히 검체검사 수가 인하와 맞물려 불투명한 위·수탁 거래 관행도 대수술대에 오른다. 그동안 위탁의료기관(병·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검사료를 일괄 수령한 뒤 수탁검사기관과 사후 정산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검사료 할인 경쟁이 벌어졌고, 이는 검사 질 저하와 검체 뒤바뀜 사고 등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건보공단이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에 각자의 몫을 직접 쪼개어 주는 ‘구분지급’ 방식을 도입한다. 아울러 2년간 조건부 차등 보상을 실시해, 검사 결과를 신속히 공유하고 만성질환자를 관리하는 의원급 위탁기관에는 환자당 연 4회까지 ‘임상결과 분석·관리료(회당 1400원)’를 지급하고, 수탁기관에는 고난도·저빈도 검사 및 의료취약지 의뢰 검사 가산과 질 관리 성과 보상을 부여해 ‘가격 할인 경쟁’을 ‘질 관리 경쟁’으로 전환한다.
‘비수도권·취약지’ 우대 원칙 확립…야간 응급수술 최대 470%·고위험 산모 보상 ‘2배’
과보상 검사 영역에서 확보한 재정 여력은 지역·필수의료와 고난도 최종치료, 모자·소아 의료체계에 집중 투입된다.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비수도권과 수도권 내 6개 의료취약지(경기 의정부·남양주·이천·포천권, 인천 서북·중부권)에 더 높은 수가를 쳐주는 ‘지역 우대수가(연 4000억 원 규모 중 3000억 원 우선 적용)’의 신설이다.
내년 3월부터 해당 지역 종합병원 이상에서 시행하는 2740개 수술·처치 행위와 야간·휴일·응급 수술에 수가의 10%를 일괄 가산하고, 올해 10월 기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86개 시·군·구 소재 병·의원에는 진찰료와 입원료를 5%씩 얹어준다. 지역 우대수가 적용에 따른 추가 비용은 환자 본인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보험법령 개정이 병행된다.
응급실을 거쳐 수술로 이어지는 중증·응급 최종치료 보상에는 연간 9000억 원이 투입된다. 종합병원 이상에서 시행하는 심뇌혈관, 암, 복합골절 등 1670개 중증 수술·시술(전체 수술 수가의 61%) 수가를 20% 인상하고, 전신마취 및 특수마취 수가도 10~50% 높인다.
특히 지역 소재 권역응급의료센터 등에서 야간·휴일에 응급 중증수술을 집도할 경우 현행 최대 350%인 가산율을 450%로 상향하고, 여기에 지역 우대수가(10% 및 야간·휴일 중복 가산)를 더해 최대 470%(평시 대비 5.5배 수준)까지 보상을 대폭 끌어올린다.
저출생 시대 최대 뇌관인 고위험 산모·신생아와 소아 의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한 보상책(연 4000억 원)은 당장 내년 1월부터 가동된다.
중앙모자센터 등의 판단에 따라 34주 미만 조산아 고위험 산모를 응급 전원·이송받아 수용하는 중증모자센터에는 분만 건당 264만 원(비수도권은 지역우대 66만 원 포함 330만 원)의 기능수가를 새로 지급하고, 신생아중환자실(NICU) 입원료도 최대 7회까지 일당 150%(144만 원, 비수도권은 50% 추가해 191만 원)를 가산한다. 임신 24주 미만, 24~28주, 28~32주 등 임신 주수·체중별 세분화된 차등 수가와 신생아중환자실 처치 가산(50%+비수도권 50%)도 신설된다.
이 같은 개편이 적용되면 비수도권 중증모자센터에서 24주 미만 초미숙아를 제왕절개로 분만해 28일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할 경우, 의료기관이 받는 총보상액은 현행 3100만 원에서 6201만 원으로 두 배로 뛴다.
소아 진료 역시 일차의료부터 중증·응급까지 촘촘하게 보강된다. 내년 1월부터 소아 진찰료 가산 연령을 현행 6세 미만에서 입원 가산 기준과 동일한 8세 미만으로 확대(가산율 5~25%)하고, 입원 가산율도 10%포인트 높은 40~60%로 상향한다. 6세 미만 소아가 1670개 중증수술을 받을 때는 기본 인상분(20%) 외에 50%를 추가 가산하며, 소아중환자실 처치에도 50%(비수도권은 50% 추가) 가산을 신설한다.
이에 앞서 오는 11월부터는 야간·휴일 소아 진료를 맡는 달빛어린이병원에 야간전문관리료와 소아 인구감소 시·군·구 야간진료 가산(30%)을 신설하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관리료를 권역응급센터의 2배 수준으로 인상한다.
20년 묶인 진찰료·10년 묶인 입원료 현실화…어린이 재활·마약류 치료 안전망도 확충
환자들이 일상적으로 체감하는 기본진료(진찰·입원) 보상 강화에는 연간 1조5000억 원이 투입된다.
특히 정부는 일률적인 환산지수(점수당 단가) 인상이 행위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문제를 막기 위해, 2027년도 환산지수 인상 재정 일부(의원 1413억 원, 병원 345억 원, 치과 99억 원)를 저평가 항목의 상대가치점수 인상과 연계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의원급 초진 진찰료는 수가 구조 혁신에 따른 인상분(6%)에 환산지수 연계 인상분(5.2%)이 더해져 올해 1만 8840원에서 내년 2만 1210원으로 12.6%(2370원) 오르며, 치과의원 초진료도 1만 6840원에서 1만 7590원으로 상향된다.
병원급은 주사료(골수내주사 2만 4230원→2만 5250원)와 일반식대(5150원→5480원)가 인상된다. 또한 시범사업이던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환자당 연 4회→6회, 8세 미만 8회로 확대 및 요일·시간 제한 폐지)과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은 본사업으로 전환되며, 의원급 만성질환관리료도 류마티스·만성호흡기질환을 추가해 총 13개 상병군에 대해 20%(복합질환자 30~50%) 가산한다.
10년 넘게 동결됐던 입원료 기본수가도 내년 1월 일반병실 7%, 중환자실 10% 각각 인상된다. 동시에 간호인력 배치 수준에 따른 입원료 기준등급을 상향(병원 일반병동 4→2등급, 종합병원 중환자실 3→2등급)하고 간호차등제 가산율을 높여,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S등급) 입원료는 현행 일당 66만 8000원에서 79만 8000원으로, 종합병원 4인실(A등급)은 12만 7000원에서 14만 3000원으로 오른다. 뇌졸중·고위험임산부 집중치료실 최상위 간호구간 신설과 격리실(15%)·중환자 격리관리료(40%)·신생아실(24~63%) 보상 강화도 함께 이뤄진다.
회복기 의료와 취약계층 치료 안전망을 다지는 시범사업도 본궤도에 오른다. 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전문재활치료료 수가를 10% 상향하는 한편,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 시범사업’을 2029년 12월까지 3년 연장(3기)하기로 했다.
지난 2기 사업 결과 참여 환자의 거주지 내 의료 이용률이 13.2%포인트 상승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확인했으나 대구(97%)와 충북(65%) 등 권역별 이용 편차가 여전히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3기 사업에서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센터를 포함한 지정 기관을 현행 47개소에서 최대 68개소까지 늘리고, 기간 제한 없는 집중재활 대상 연령을 6세 미만에서 9세 미만으로 넓히며, 3세 미만 가산율 상향(30%→40%)과 비수도권 지역가산(10%)을 신설한다.
아울러 치료 난도가 높고 자원 투입이 많아 기피 대상이던 마약류 중독 치료를 제도권 내에서 뒷받침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3년간 국립정신건강센터, 인천참사랑병원 등 전국 11개 권역치료보호기관을 대상으로 ‘마약류 중독환자 치료지원 시범사업’을 신규 추진한다.
입원 초기 집중해독 단계의 집중치료관찰료(일 6만 6900원)부터 외래 단약 회복·유지치료료(회당 5만 4250원), 퇴원 후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등과 잇는 지역사회연계료(2만 9910원)까지 전 주기 맞춤형 수가를 신설하고 환자 본인부담금(입원 20%, 외래 40%)은 치료보호비 예산으로 별도 지원해 재발 방지와 사회 복귀를 돕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 수가 혁신은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필수 단계”라며 “앞으로도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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