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출판계 '혼란'…저작권·이용료 논란에 표준계약서 손질

  • 출협 "과거 말뭉치 합의금, 가격 기준 될 수 없어"

  • AI 등 변화 반영한 표준계약서 보완 추진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학습에 쓰이는 책 한 권의 적정가는 얼마일까. 생성형 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출판 데이터의 적정 이용료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서 한 종당 수백만 원에 이르는 저작권 분쟁 합의 등이 등장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가격 산정 기준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일 출판계에 따르면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이달 중 AI 학습용 데이터 이용에 관한 조항을 보완한 표준계약서를 출판사들에 배포할 예정이다. 기존 저자·출판사 간 표준계약서에 AI 학습용 데이터 관련 내용을 추가하는 것으로, 현재 법률 검토가 진행 중이다. AI 학습에 따른 저작물 이용 범위와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해 향후 분쟁을 예방하려는 취지다.

출협 관계자는 “기존 저자와 출판사 간 표준계약서에 출판권을 비롯해 AI 학습용 데이터 관련 조항을 추가한 수정안에 대해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검토가 마무리되면 이르면 이달 중 출판사들에 관련 가이드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AI 학습용 출판 데이터 거래가 확대되는 가운데 저작권을 비롯해 적정 이용료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출협은 최근 국립국어원의 말뭉치 사업과 관련해 2023년 웅진북센과 체결한 합의 금액을 AI 학습용 데이터의 일반적인 가격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당시 합의는 공공 언어자원 구축이라는 사업의 공익성과 저작권 분쟁 해결, 2027년까지의 이용 기간 등을 고려한 특수한 합의인 만큼 상업적인 AI 학습용 출판 데이터 거래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논란은 국립국어원 말뭉치 구축 사업에서 출판저작물 1만5933종이 무단 이용된 사건에서 비롯됐다. 출협은 2023년 사업 수행업체인 웅진북센과 보상에 합의했지만, 별도로 진행된 손해배상 소송에서 항소심은 이 합의금액을 손해액 산정의 주요 근거로 고려해 1심보다 배상액을 낮췄다. 사건은 현재 대법원 상고심에 계류 중이다. 출협은 해당 합의가 국가기관 사업의 공익성과 분쟁 해결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일각에서 이를 AI 학습용 데이터의 가격 기준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란 입장이다. 

국내에서는 AI 학습용 출판 데이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출협은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관련 사업과 의료 분야 정부 지원 사업에 출판 데이터를 공급한 바 있다. 네이버와 SK텔레콤 등도 개별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과 거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과거 웅진북센과의 합의금액보다 높은 수준이다. 

해외에서는 AI 학습용 도서와 관련해 종당 수백만 원에 이르는 합의·계약 사례가 등장했다.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은 지난해 불법 도서 다운로드에 따른 저작권 집단소송에서 15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합의안을 마련해 도서 약 50만 종에 대해 종당 최소 3000달러(약 400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 출판사 하퍼콜린스는 2024년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부 비소설 도서의 AI 학습용 이용계약을 체결하면서 종당 5000달러(약 670만원)를 저자와 출판사가 나누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앤트로픽은 저작권 침해에 따른 분쟁 합의금이고, 하퍼콜린스는 사전 이용허락에 따른 계약금이라는 차이가 있다.

출협은 앤트로픽의 한국 도서 확보 문제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중간 유통업체가 웅진북센과 국내 헌책방 등에서 한국 도서 약 30만 권을 확보해 미국으로 반출한 것으로 파악한 상황이다. 출판계는 이들 도서가 AI 학습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다만, 해외에서 이뤄진 행위에 국내법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출협은 국내 소송 가능성을 법률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한국출판인회의 등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모색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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