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은 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하이삼 빈 타리크 알사이드 오만 술탄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양국은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이란이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포괄적인 휴전을 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쟁 재발을 방지하고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로 돌아가 대화와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이고 안전한 항행을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중동과 걸프 지역이 강대국 간 경쟁과 지정학적 충돌의 무대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아랍 국가들과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이삼 술탄은 시 주석의 중동 평화 구상을 지지하며 역내 안정을 위한 중국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왕이 외교부장은 베이징에서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부비서장인 알리 바게리 카니와 회담했다. 왕 부장은 이란의 주권과 안보 수호를 지지한다면서도 무력 충돌이 재개돼서는 안 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무사에드 알아이반 국가안보보좌관과도 별도로 회담했다. 알아이반 보좌관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시 주석 앞 서한을 전달했다. 왕 부장은 중동 정세가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모든 당사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견을 해소하고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과 사우디 양측의 안보 책임자를 같은 날 베이징에서 만난 것이다.
중국의 이번 외교 행보에는 에너지 안보와 국제적 영향력이라는 두 가지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중동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특히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은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과 해상 물류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동시에 중국은 중동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중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양측과 소통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며 미국과 차별화된 외교 노선을 부각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중동의 새로운 중재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란의 안보 문제와 이스라엘의 이해관계까지 얽힌 복잡한 분쟁을 해결하려면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때문에 중국이 미국을 배제한 채 독자적인 중재에 나서기보다는 오만 등 역내 국가들과 협력하고 미국과 이란의 협상 재개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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