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중2009 CEO가 뛴다)동부하이텍 “조금만 도와주시면…”

동부그룹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1969년 김준기 회장이 미륭건설을 설립한 이래 지난 40년간 금융∙제조∙서비스 분야를 기반으로 내실있게 성장해왔다.

특히 2000년 이후부터는 기존의 보수적인 경영전략에서 180도 방향을 틀어 공격적인 경영을 시작했다.

기존에 공채 위주로 운영했던 경영진을 삼성전자 등 외부에서 대거 수혈하고,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 동부반도체를 설립하며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지금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반도체)는 전 세계적으로 보면 현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몇 배나 더 큰 시장이며 성장세도 꾸준한 분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미국과 대만이 전 세계시장을 워낙 꽉 잡고 있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몇몇 벤처기업만이 10년 전부터 시장 개척에 나선 상황이었다. 그런 시장에 그룹순위가 10~15위권인 동부그룹이 나선 것이다.
 
아남반도체를 인수한 동부그룹은 사명을 동부일렉트로닉스로 바꾸고 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이뤄냈다.
 
2007년까지 위탁생산 부문 세계 6위(점유율 약 2%)로 올라섰으며, 2008년 3분기까지의 매출도 3711억원으로 2007년 총 매출액(약 28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는 내수시장이 20~30%밖에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이다.
 
게다가 2년여간의 연구개발 끝에 지난해 12월, 자체 기술로 LDI(LCD Driver IC)칩을 개발해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하기 시작하며 종합반도체사업에 본격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1990년대 말부터 꿈꿔온 비메모리 사업의 꿈이 드디어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현재 동부하이텍 반도체부문(전 동부일렉트로닉스)은 동부그룹의 희망이자 ‘골칫덩어리’로 여겨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찾아온 금융위기, 또 그에 따른 경기침체가 동부하이텍의 발목을 잡은 것.
 
우선 동부그룹 전체의 유동성 불안을 안게 됐다. 전 주요 계열사가 지분 및 자산매각을 통해 동부하이텍의 유동성을 지원해주면서 부담이 되고 있다.
 
성병수 푸르덴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동부화재는 보험영업에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계열사 지원 우려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또 나태열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가 실물경기 악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라고 본다면 계열사 지원 이슈는 주가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록 동부화재, 동부생명, 동부제철 등 주요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직접 두 그룹을 언급하며 “산업은행 등에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상반기 경기침체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선제적인 구조조정 실시할 수 있다”고 언급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반도체사업의 특성상 R&D투자를 통해 기술력 우위를 다지면 메모리부문 1위 삼성전자나 세계적인 비메모리 반도체기업 퀄컴, 대만 TSMC와 같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동부하이텍은 반도체부문에 지난해 매출의 4분의 1에 달하는 866억원을 설비에 투자하는 등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꾸준히 R&D 및 기반시설을 투자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에 실패할 경우 반도체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이준기 회장의 꿈은 좌초될 수도 있다.
 
동부하이텍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농업비료부문(이전 동부한농)과 반도체부문을 통합함으로써 2008년 3분기까지 소폭(43억원)의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반도체 부문만 보면 약 12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반도체업황이 사상 최악이라 지난해 4분기와 올해 상반기 실적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여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은 이 같은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를 비상경영의 해로 선포하고 임직원들이 연봉의 30%를 반납하는 등 유동성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중이다.
 
전 위원장의 유동성위기 언급에 대해서도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제철 전기로 공장 건립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을 확대해석한 것”이라며 “이미 회사채 발행을 통해 이를 해결했으며 7월경 완공되면 장기적 수익성은 오히려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동부하이텍에 대해서도 “비메모리 산업은 5년~10년 후를 보고 하는 사업이다” “메모리반도체보다 4배 가량 큰 시장인데다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라며 당장의 유동성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지켜봐줄 것을 당부했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동부하이텍에 차입금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현금화 가능성이 많아 유동성 문제는 크지 않다. 하지만 반도체 부문의 안좋은 실적이 단기간에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로 그는 “단기간에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의 점유율 상승과 종합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입에 대한 성과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종합 반도체업체로 변화를 꾀하는 점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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