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 이어 독일도 '배드뱅크(bad bank)'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페어 슈타인브뤽 재무장관이 배드뱅크를 설립해 은행의 부실자산을 털어내는 방안을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방안은 금융기관들이 배드뱅크를 설립하면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독일 재무부는 오는 21일 정부와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슈타인브뤽 장관은 독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기관들이 각자 별도 조직(배드뱅크)을 만들어 매각하기 어려운 자산을 그곳으로 이관하면 정부가 2000억 유로(약 35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재무부는 그동안 배드뱅크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슈타인브뤽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단일 거대 배드뱅크의 설립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은행과 은행주주들이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악성 자산'과 정부가 일단 매수한 뒤 시장상황에 따라 나중에 재매각할 '비유동성 자산'을 구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아일랜드도 지난 8일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배드뱅크 설립 계획을 밝혔다. 아일랜드 정부는 금융사들로부터 800억~900억 유로 규모의 부실자산을 매입해 처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배드뱅크 설립 계획이 알려진 직후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얼라이드아이리쉬뱅크와 뱅크오브아일랜드 등 12개 아일랜드 은행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췄다. 무디스는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해 향후 2년 동안 아일랜드 은행들의 자본이 감소하고 손실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 역시 아일랜드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한편 배드뱅크는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이나 채권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으로 부실자산을 배드뱅크로 넘긴 금융기관은 우량 자산만을 확보한 굿뱅크(good bank)로 거듭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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