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한계중소기업 벼랑으로 몰린다

  • 은행권 우량 中企 선별지원, 정책자금 지원도 한계 달해

은행들이 우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선별적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재무 상황이 열악한 한계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정부도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연말 쯤에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대규모 부도 사태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우량 중소기업과 한계 중소기업 간의 대출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총액을 줄이는 대신 대출 여력을 리스크 관리가 용이한 우량 중소기업에 집중키로 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은행 신용공여액 5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인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와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다"며 "우량 중소기업의 경우 용이한 자금 조달 상황이 이어지겠지만 한계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살펴보면 3분기 대출태도지수는 전분기 대비 3포인트 상승한 10을 기록했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는 16에서 13으로 3포인트 하락했다.

대출태도지수가 플러스이면 대출 완화, 마이너스면 대출 억제를 하려는 은행이 많다는 뜻이다.

은행들은 경기 회복 조짐이 미약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이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독려한 데 따른 일시적인 효과라는 것이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무조건 자산을 확대하는 것보다 자산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구조조정 일정 등을 감안해 우량 중소기업 위주로 자산을 증대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여신부문 담당자도 "경제 상황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중소기업 옥석가리기가 끝나면 선별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회생 가능한 업체와 퇴출 대상 업체는 신속히 분류하는 한편 자금 지원 차별화로 중소기업 연체율을 적극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책자금을 활용한 중소기업 지원도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올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책정된 예산 중 70%를 상반기에 소진했다"며 "정부가 시중 유동성이 불어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어 지원액 목표치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용식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한계 중소기업 대부분이 은행 지원이나 정부 보증으로 연명하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 자금으로 사모펀드를 조성한 후 한계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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