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훈의 Book&Talk -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말하기' 기술

   
 
 

심상훈의 Book&Talk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유정아 著/ 문학동네

말하기는 어렵다. 옛날엔 아차, 잘못하면 죽었다. 해서 생겨난 말이 있으니 ‘역린’(逆鱗)이다.

‘역린’이란 용의 비늘로 목 아래에 있다. 직경 한 자쯤 된다고 하는데 이것을 건들면 반드시 건드린 사람을 찾아 죽인다. 이야기 출처는 한비자 세난편.

‘역린’과 정반대 말에는 ‘천일야화’(千一夜話)가 있다. 왕이 아내에게 배신당한 분풀이로 하룻밤을 자고나서는 신부를 죽였는데 ‘세헤라자데’라는 신부를 맞이하고는 왕은 그 다음날 또 그 다음날에도 신부를 죽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매일 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신부 ‘세헤라자데’의 말하기 능력에 왕이 홀딱 반했기 때문이다.  

말하기의 어려움은 자칫 잘못하면 죽는다는 것. 쓸모가 없음이다. 하지만 말하기의 능력은 잘만 하면 다시 살아난다. 이를 두고 쓸모가 있음이라고 하겠다.

사람을 죽였다가 사람을 살렸다가 하니 말하기는 어렵다 해서 옛사람들이 세난(說難)이라고 했던 것이리라.

그렇다고 세상사 말 안하고 살 수는 없지 않나. 생각해보자. ‘세헤라자데’가 말만 번지르르 잘해서 다음날 죽지 않고 살았을까. 그건 아니다. 평소 갈고 닦았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덕분에 살았던 것이다. 알갱이는 ‘소통기술의 탁월함’이다. 

여기 ‘세헤라자데’에게서 말하기를 한수 단단히 배울 수 있는 신간이 나왔다.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문학동네)가 바로 그것이다.

책은 크게 마음가짐(1장)과 목소리 연주법을 다룬 실전(2장), 그리고 정보 스피치와 설득 스피치(3장), 달콤한 입맞춤 같은 대화(4장), 훌륭한 대답보다 좋은 질문을 강조한 인터뷰(5장), 끝으로 토론(6장)으로 구성되어 나뉜다.

상대와 말문을 트려면 스몰토크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상대와 소통하지 못하는 까닭에는 상대가 내게 ‘마음이 없을 때도 대답하지 않지’(18쪽)를 반드시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해서, 말 제대로 알고 해야지 함부로 아무렇게나 하면 안 된다.

따라서 말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할 때는 무엇보다 ‘상대를 배려하며 애써 진심을 말하고 온갖 잡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진심을 귀여겨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41쪽)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아무도 당신의 말을 왜 듣지 않으려고 할까. 그것은 설계의 중요성을 당신이 간과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다섯 가지를 놓치고 있어서다.

다섯 가지란 어떤 것들을 말할 것인지 고안의 단계를 거친 후 논리적 흐름에 맞게 구성하는 배열의 단계, 그런 다음엔 어떤 스타일(담담, 격함, 비장, 간결, 유머러스 등) 단계가 좋을지 생각하고, 암기의 단계(원고를 구어체로 작성해 키워드만 듣고 말해보는 연습)로 넘어가서 마지막으로 전달의 단계를 밟으면 된다.

이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발음을 정확히 하고 잘 들리게 발성하고 속도를 적절히 조정하면서 강약을 조절하고 군말을 자제해야 한다고 책은 말하기 핵심 노하우를 공개한다.

내 보기엔 이 책은 촌철살인을 그 목적으로 하진 않는다. 다만 활인소통술(活人疏通術)로 자세히 독자를 안내할 뿐.   
 
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ylmfa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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