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 15억달러 투자 '진실게임'…돈잔치 말잔치되나?

에릭슨, "투자규모 논의 시기상조…15억달러 한국 투자 합의 없어"

스웨덴 이동통신업체 에릭슨이 한국에 15억 달러(약 2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정부의 발표 내용을 반박하고 나섰다. 정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섰지만 '돈잔치'에 대한 기대감이 '말잔치'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비요른 엘든 에릭슨코리아 사장은 에릭슨이 한국의 4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관련한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투자 규모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 정부가 에릭슨의 투자 유치를 열망하고 있는 데 무척 고무됐으며 이를 에릭슨의 한국시장 참여를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투자 규모는 에릭슨에 얼마나 큰 기회가 열려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에릭슨의 다른 관계자들도 향후 한국에 대한 투자 규모가 15억 달러에 이를 수는 있겠지만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정하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최근 에릭슨이 향후 5년간 한국에 15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릭슨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센터를 짓고 80명 수준인 한국 직원 수를 최대 10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고 정부는 전했다.

이 같은 합의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회장 등 에릭슨 고위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에릭슨은 이 자리에서 15억 달러 투자와 관련한 합의는 없었다고 주장해 정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는 해명을 통해 논란 확산을 경계했지만, 이 대통령과 에릭슨 측의 면담 자리에서 투자 규모는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생색내기' 발표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날 낸 해명자료에서 "투자 규모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베스트베리 회장이 이 대통령과의 면담 전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방통위 관계자가 R&D센터 건립 계획을 묻는 과정에서 15억~20억 달러라는 금액이 언급됐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에릭슨과 투자규모와 방식을 구체화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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