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연이 만난 사람) "한-印 IT 협력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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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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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인도, IT인적교류로 세계화 탄력"


지난 5월 실시된 인도 총선이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이끄는 국민회의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총선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 인도 센섹스지수는 전날보다 17% 폭등했다. 중도 성향인 인도 정부가 자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침체의 늪에서 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인도 경제에 기대를 걸고 있기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나라와 인도는 오는 7일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정식 서명을 앞두고 있다. CEPA는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범위가 넓다. 상품 및 서비스교역 투자· 경제협력· 인력교류 등 협력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포괄하고 있는 게 CEPA다. 인도는 인구가 12억명으로 세계에서 중국 다음 가는 인구 대국이다. 우리에겐 엄청난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인도 역시 우리나라와의 CEPA 체결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인도와 한국이 세계적인 IT(정보기술) 강국인 만큼 인도는 자국 IT인력 수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역시 튼튼한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IT산업을 세계화하는 데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사진설명)오승연 아주경제 글로벌 기회위원(오른쪽)이 2일 한남동에 위치한 주한
  인도대사관에서 스칸드 란잔 타얄 대사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본지는 2일 서울 한남동에 있는 주한 인도대사관에서 스칸드 란잔 타얄 주한 인도대사를 만나 총선 이후 감지되고 있는 인도 경제의 변화와 한-인도 관계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한국생활은 어떠신지요.
주한 인도대사로 서울에 온지 이제 10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지금 두 딸은 인도와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고 아내와 아들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직업 외교관으로 활동한지 벌써 30년이 훌쩍 지났기 때문에 타국 생활이 힘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음식이나 문화를 접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특히 한국 음식은 야채 위주의 비빔밥을 좋아합니다. 인도 음식에 비해 기름기가 적어 건강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오랜 외교관 생활 덕분에 세 자녀 모두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겠군요. 실제로 상당수의 인도인들이 힌두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인도의 영어 교육제도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인도의 제1공용어는 힌디어, 제2공용어는 영어입니다. 때문에 많은 인도인들의 영어 구사력이 뛰어납니다. 특히 인도의 대학교육 과정은 모두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문직에 종사하려는 인도인들에게 영어는 필수입니다.

또 인도에는 힌디어나 영어 외에도 헌법에서 공인된 지방 언어만 펀자브어· 아삼어· 라자스탄어 등 17개에 달합니다. 언어적인 환경이 다양해 한국인들보다 다른 언어에 대해 개방적이고 영어 사용 빈도가 높은 것도 인도인들의 영어 능력이 뛰어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 학생들의 경우 문법이나 읽기 능력은 뛰어나지만 실전 능력이 부족한 데 이는 영어 학습 과정에 쓰기와 듣기, 말하기 등 실제로 영어를 사용하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영어 사용 빈도를 높인다면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훨씬 향상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5월 인도 총선 이후 인도 증시가 크게 올랐습니다. 인도 정부가 경제 및 금융시장 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듯 합니다. 총선 이후 인도의 경제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요.

인도 총선이 집권 여당의 승리로 끝나자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평가입니다. 주식시장에도 일종의 안도감이 형성된 것 같습니다. 국민회의당이 재집권하게 되면서 지난 5년간 실시해 온 경제정책들이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큽니다.

제2기를 맞이한 인도 정부는 성장위주의 정책과 분배정책에 고루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정부는 우선 8~9%대의 경제 성장을 목표로 공공지출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인도가 올해 6.7%의 경제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목표는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성장의 혜택을 모든 계층이 골고루 누리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최근 인도 경제가 크게 성장해 인도인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도시 빈민가나 지방의 경우 여전히 빈곤에 시달리며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인도인들이 많습니다. 인도 정부는 성장을 추구하지만 경제를 시장에만 맡겨두는 완벽한 시장자본주의를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부분적으로 사회주의적 요소를 가미해 평등을 실현한다는 게 정부 방침입니다.

일례로 정부는 농촌지역 고용보장(National Rural Employment Scheme)프로그램을 통해 비도시지역 주민들이 최소 100일 동안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5ha(헥타아르·5만㎡) 미만의 토지를 소유한 농민들에게는 대출 우선권을 주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도시 빈민층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주택 개발에도 대규모 자금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인도가 글로벌 IT아웃소싱의 메카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듣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인도인들은 역사적으로 수학과 논리에 강했습니다. 숫자 0의 개념을 발견한 것도 인도인들입니다.

특히 1999년 말 밀레니엄(Y2K) 버그로 전 세계가 인터넷대란 위협에 노출돼 있었을 때 인도 IT가 빛을 발했습니다. 당시 세계인들은 컴퓨터가 1900년 1월 1일과 2000년 1월 1일을 같은 날로 인식해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었는 데 인도 IT인력들이 의기투합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후 인도에 상당한 규모의 IT인력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인도가 글로벌 IT아웃소싱시장을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아울러 인도 IT인력들이 영어에 능통하다는 점도 인도 IT산업의 글로벌화를 촉진했습니다.

-지난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 장관이 자이람 라메시 인도 환경장관과의 회담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탄소배출 감축 요구에 라메시 장관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한 인도 정부의 공식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인도 정부도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에 대한 선진국들의 책임이 개발도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고 봅니다. 지난 20년간 지구 환경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며 성장을 주도한 것은 선진국입니다. 1인당 배출량이 가장 적은 축에 속하는 인도와 같은 개도국에게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라는 것은 불합리한 요구입니다. 또 이러한 요구는 각국의 소득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감축량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일인당 배출량을 기준으로 감축량을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최근 한국과 인도 사이의 최대 이슈인 CEPA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인도와 한국은 지난 2006년 3월 첫 협상을 시작한 이후 12번의 협상을 거쳐 지난해 9월 타결을 선언했습니다. 양국은 CEPA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교역 외에도 투자ㆍ경제협력 등 경제 관계 전반의 폭넓은 협력을 강화하게 될 것입니다.

인도 정부는 특히 세계적으로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인도의 IT인력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IT가 산업 전반의 모든 영역에서 활용되는 분야인 만큼 인도 IT인력은 한국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더욱 높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기업의 인도시장 진출도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인도시장에서는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인도에서 연간 60만대를 생산하는데 30만대는 인도에서 판매되고 나머지는 유럽 등 해외로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대담=오승연 글로벌 기획위원
정리=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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