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백의 여의도 인사이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청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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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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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정식 임명 전에 적격 여부를 따져봄으로써 인사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차단하는 효과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

요즘 국회에서 벌이는 인사청문회에서 총리 및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총리와 6개 부처장 후보자 중 위장 전입이나 논문 중복게재, 탈루 의혹을 포함한 도덕성 시비에서 자유로운 후보자는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다. 심지어 법조 3륜으로 일컬어지는 대법관과 법무부장관 후보자, 검찰총장이 위장전입 전력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민영희 대법관 후보자는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나 고개를 숙였고, 주호영 특임 장관 후보자도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에 대해 사과해야만 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이중소득공제 및 아파트 투기 의혹에 세금탈루 등으로 야당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고,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법무장관에 걸맞지 않는 도덕성 때문에 도마에 올랐다.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재개발 지역의 부동산 투기의혹과 함께 '다운계약서' 작성, 연구업적 부풀리기 등으로 곤혹을 치뤘고, 우여곡절 끝에 22일 청문회가 열린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위장전입 사실이 확인됐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한 모든 장관 후보자들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여 현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에도 도덕적 사유로 낙마한 고위 공직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현재 표면화된 의혹들 중에는 사회 통념상 수긍할 만한 것도 있지만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닌 것도 더러 있다. "잘 몰랐다" "실수였다"는 해명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MB정부 청문회에서 반복되는 것은 대상자 중 상당수가 위장 전입, 다운 계약서 등 잘못된 부동산 거래 관행을 답습한다는 점이다.

논문 문제는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 때면 단골메뉴처럼 터져나왔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위장전입 문제도 마찬가지다. 탈세 문제는 경우에 따라 공직 후보자로서의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

후보자들의 이런 문제를 사전에 확인하고도 결격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청와대의 해명은 더욱 문제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알고 있었다"면서 "저희는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생각했다"고 밝힌 점은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앞으로 위장 전입이나 논문 문제 등이 계속 제기되는 게 현실인데 논란이 벌어져 소모전이 진행되는 것은 (국무위원) 당사자는 물론 정부를 위해서도 좋지 않고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보고 있다"고 못마땅해 했다.

청문회가 도덕성 검증에 막혀 정책능력 검증의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데 끊임없는 도덕성 시비에 대한 당혹감은 이해하지만 청와대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국무위원 자리는 어느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추천된 고위직 후보자의 도덕성 흠결은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이 경우 스스로 자리 제의를 사양할 줄 아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꿈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해지려 한다'고 했다. 자기를 관리한다는 개념이 없이 살아온 사람은 고위 공직 제의가 오더라도 정색하고 사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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