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MB정부 ‘친환경’ 정책

‘친환경 녹색성장’을 정권의 모토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한국 산업의 대표 격인 전자와 자동차 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또 국내 기업들의 수출을 돕기 위해 해외 친환경 규제·지원 정책과도 맥을 같이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최근 정책은 이 같은 특성을 감안하지 않아 기대와 달리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

◆글로벌 친환경 기준 무시...단순 전력소비량이 잣대

정부는 내년부터 TV·세탁기·에어컨·냉장고 등 4대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일정 소비전력량을 넘어서는 제품에 대해 5% 상당의 ‘개별소비세’(개소세)를 매기기로 했다.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한 방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 가전은 대체로 중소형 제품보다 에너지 효율 등급이 높다. 다른 나라들도 에너지 효율 등급을 기준으로 친환경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용량에 상관없이 전력소비량을 잣대로 삼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개별소비세에 붙는 교육세 등을 더하면 제품 구매가는 6.5% 가량 오른다. 예를 들어 763ℓ 대형 냉장고는 기존 180만원에서 191만7000원으로 12만원 가량 비싸진다.

친환경이라는 명분 아래 시행되는 정책 탓에 대용량 냉장고와 세탁기 사용이 불가피한 대가족 가구들은 고효율 제품을 구매하고도 징벌 성격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4대 가전제품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국내 전체 소비의 1%에도 못 미친다. 결국 실질적인 에너지 소비 감소 효과는 없이 내수시장만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국가는 에너지 효율성을 지원 혹은 규제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가전업체들이 고효율 기술개발에 방점을 둔다”며 “이와 다른 국내 정책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면 비용이 배로 들어 결국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자동차 세제 혜택, ‘대형차’ 구매 비중만 증가

다음 달까지 시행되는 자동차 세제 혜택 역시 오히려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반환경 정책’으로 지적받고 있다.

정부는 2000년 이전에 등록한 노후차량 소유자가 신차를 구매하면 취등록세 70%를 감면해주고 있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많은 노후차량을 신차로 교체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내수시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중고차를 폐기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중고시장에 판매된 노후차는 그대로 굴러가고, 신차는 신차대로 늘어나 오히려 운행되는 자동차 대수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울러 차값이 높을수록 세제혜택이 커지면서 에너지 소비가 높은 대형차 구매 비중만 증가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노후차 교체 지원 전인 1~4월 국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3.6%를 차지했던 경차 비중은 5~8월 9.9%로 줄었다. 소형차와 준중형차 비중도 같은 시기 각각 0.3%, 2.9% 줄었다. 반면 중대형 승용차 비중은 20.3%에서 27.3%로 늘었다.

전광민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은 “노후차 교체때 친환경 소형차를 지원하는 시책을 내놨어야 했는데, 아무 차나 구입하면 지원해주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친환경차 및 경차에 지원을 집중한 일본과 대조된다. 일본은 친환경 차량 지원 정책 덕에 ‘프리우스’와 ‘인사이트’등 하이브리드 차량이 판매 5위권을 지키고 있다. 경차들도 상위권에 대거 포진해 있다.

한 전자업계 고위 임원은 “그나마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에 실패했지만 내수시장 진작은 이끌었다”며 “가전에 대한 개소세 시행은 내수시장을 억누를 뿐 아니라 목표했던 에너지 소비량 절감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도 “이번 자동차 세제 혜택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많이 소비하는 배기량이 높은 차량 구매를 독려했다”며 “늦었지만 내년부터 친환경 차량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키로 한 것은 다행”이라고 전했다. 

아주경제= 이하늘·김형욱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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