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의 지난 2분기(7월1일~9월30일) 실적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관리 비중이 큰 증권사일수록 실적이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증시 상승으로 거래대금은 증가했으나 금리상승과 브로커리지 및 금융상품 판매 등 영업이 위축된 탓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까지 2분기 잠정영업실적을 공시한 8개 증권사 가운데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하고 모든 증권사가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교보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각각 전분기 대비 -83.2%, -12.4%감소한 310억7300만원, 2011억2300만원을 기록해 8개사 가운데 가장 큰 실적 하락폭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각각 전분기 대비 -49.66%, -15.72% 감소한 302억100만원, 4638억3900만원을, 대우증권은 각각 -45.9%, -16.6% 하락한 223억3400만원, 1546억9600만원을 기록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유진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도 실적이 부진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은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41.6% 늘어나 616억5000만원을 기록,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매출액도 전분기보다 -1.3% 하락한 1조7002억3500만원을 기록해 타사 대비 양호했다.
이는 전분기 충당금 270억원이 계상에 따른 기저효과와 판관비가 감소한 데 힘입은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우리투자증권도 브로커리지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10.2%(972억원)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수수료 실적은 감소세를 보였다.
증시 상승기에 통상 강세를 보이던 증권사들이 실적 악화를 보인 데는 펀드 환매 증가와 고수수료 상품 판매 부진세 등에 기인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난 7월초부터 9월말까지 국내증시는 20.36% 급등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전분기 대비 수수료이익이 4.5%, 자산관리수익 10.1%, 주식위탁수수료 수입 6.9%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이익 수준은 전분기 수준으로 양호했다"면서 "그러나 펀드환매가 지속되고 개인 거래비중 감소에 따른 위탁 점유율 하락으로 실적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박석현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개인의 자본시장 참여 감소로 지점영업이 위축되면서 이자이익을 제외한 대부분의 이익 감소가 실적 부진을 이끌었다"며 "브로커리지, 금융상품 판매 부진 등에 따라 2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분기대비 -45%(662억원)나 하락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및 수익구조가 과거와 달라진 점도 증시와 상반된 실적을 나타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허대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높아진 시중 금리가 2분기 실적 악화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과거 채권 투자가 증권사 자기 매매 수단으로 탄력적으로 운용됐던 것과 달리 최근 자산관리종합계좌(CMA) 및 신종증권 판매에 따른 헤지 수단으로 단기 채권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제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증권업 자산에서 채권 비중이 18.1%포인트 증가한데 반해 브로커리지 비중은 19.1%포인트 하락했다"며 "증권업 자산 포트폴리오 변경에 따라 증시 모멘텀 외 금융시장 여건 변화가 증권업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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