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다각화 실리에 현대가 적통 명분까지
현대중공업이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0년 만에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999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IPIC에 오일뱅크 지분 50%를 매각했다. 이어 2003년에는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금융지원의 대가로 IPIC측에 2003년 현대오일뱅크의 배당을 2억 달러까지 독점적으로 받을 권리를 보장하되, 이 금액을 채우기 전까지는 현대중공업이 배당과 경영권 참여 권한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IPIC는 2006년 콜옵션 행사를 통해 현대오일뱅크 지분율을 70%까지 높였고, 2007년부터 배당을 받아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대해 “IPIC 측이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참여와 배당 재개를 막기 위해 고의로 배당을 받지 않았다”며 지난해 3월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해 승소한 것.
이 과정에서 IPIC는 지난 2007년말부터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매각작업을 추진해 GS칼텍스, 호남석유화학, STX, 미국 코노코필립스 등 4개 업체로부터 최종입찰제안서를 접수 받기도했다.
그러나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2대 주주 현대중공업이 주식매각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IPIC측의 매각작업은 중단됐다.
아무튼 이번 재판에서 승소함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바로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당장의 지분 인수자금이다.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에 드는 비용은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IPIC 지분 70% 전량을 주당 1만5000원에 인수할 경우 약 2조5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조선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과연 2조원이 넘는 인수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것.
현대중공업은 승소에 대비해 국내 은행을 재무적 투자자로 유치하는 것을 비롯해 해외 신디케이트론(약 2억 달러) 등의 자금 조달계획을 이미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조선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상선 두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재무적으로 부담일 수 있다”며 “외부차입이 가능하겠지만 운전자본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범 현대가(家) 기업들과 함께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범 현대가 기업들은 현대오일뱅크 지분 30%를 현대중공업 19.87%, 현대자동차 4.35%, 현대제철 2.21%, 현대산업개발 1.35%씩 각각 나눠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비록 다른 범 현대가 기업의 지분이 현대중공업에 비해 작지만 인수가가 낮은 만큼 이들이 이번 인수전에 동참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 달 안에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위한 논의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범 현대가의 기업들이 이번 인수에 참여할 경우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인수자금 부담을 줄이면서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챙기는 실리와 현대가의 적통을 잇는다는 명분을 함께 가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이번에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게 되면 최근 인수한 현대종합상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적지않아 조선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사업다각화의 기반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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