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의 소금광산 깊은 곳에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를 던져 넣어두고 서너 달쯤 뒤에 꺼내보면 나뭇가지가 온톤 반짝이는 소금 결정들로 뒤덮여 아름답게 빛난다. 소금 결정이 원래의 평범한 나뭇가지를 가려 다이아몬드 가지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스탕달 ‘연애론’ 中)
200년 전 프랑스 소설가인 스탕달(Stendhal, 1783~1842)이 실제 경험한 것을 기술한 ‘연애론’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남녀가 상대방을 아름답게 미화해 보려하는 것을 소금 결정(結晶)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와 달리 인도의 신비론자 라마크리슈나(1836~1886)는 작은 소금인형이 바다 속에서 용해되는 것을 신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종결된 사랑의 상징으로 봤다. 소금인형은 고대에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 속에 넣었던 소금 덩어리를 말한다. 피에르 라즐로의 책 ‘소금의 문화사’에 일화가 등장한다.
“어느 날 라마크리슈나가 바닷가를 거닐고 있는데 제자 한 명이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신을 만날 수 있습니까?’ 라마크리슈나는 대답 대신 물로 걸어 들어가 제자를 물에 잠기게 했다. 그리고는 무엇을 느꼈는지 물었다. 제자는 ‘목숨이 달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습니다. 미치도록 숨이 쉬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라마크리슈나는 ‘소금인형은 두 가지 힘의 작용을 받고 있다. 신에게 끌리는 피조물과 같은 중력과 소금에 대한 물의 용해력이다. 즉, 신의 무한한 은총 속으로 들어가는 대로 자신을 내버려두는 도덕적 합의에 있다. 이것이 바로 자아의 거부, 개인주의의 동기, 개성의 용해라는 신비적 테마다.’”
최근 세종시 문제가 화제다. 개인적으로는 이 일을 보며 역시 이명박 정부답다는 생각을 했다. 원안 폐기는 물론 충청권 민심도 저버리고, 내분(內紛)도 마다않는 불도저식 정신세계가 투영된 여러 선례 중 하나로 남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안에 세종시 정부 대안의 윤곽을 공개하고, 12월에 최종안을 발표한다. 16일 첫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의에서는 국내외에서 27회나 만나 투자 유치 활동을 했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빠르다. 초고속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는데, 성과주의자 이명박 대통령의 조급증이 가만 놔두지 않는다.
기업들에게도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17일 정운찬 총리가 전경련 회장단을 만난다. 밤새 어떤 선물을 준비했는지, 충혈된 눈으로 정 총리에게 전달할 내용은 뻔하다. 그래서일까? 소설가 명지현씨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 주변을 맴돈다.
“나는 역사를 거스르는 역류의 시대가 얼마 가지 못하리라는 확신이 있다. ‘짐승의 시대에는 짐승처럼 싸워야 한다’는 말처럼 저쪽에서는 약간의 기득권을 가지고 싸우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전 존재를, 문학과 해방을 두고 싸운다. 그래서 이길 수밖에 없다”
소금의 결정과 소금인형처럼 자신을 바쳐 세상을 이롭게 하는 生이 있는 반면, 生을 바쳐 자신만을 이롭게 하려는 生도 있다는 게 우리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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