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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품은 한중일의 문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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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0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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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경인년(庚寅年)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백호의 해로 알려져 있다. 호랑이는 단군신화에서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한국인을 상징하는 문화코드로 사용돼 왔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폭넓게 서식하는 시베리아호랑이는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백두산을 비롯한 태백산까지 국토의 지맥을 따라 방방곡곡 없는 곳이 없었다. 그러나 19세기 말 일제가 호환을 없애준다는 핑계로 토벌대를 만들어 샅샅이 잡아내 20세기 초반에는 그림자를 감췄다.

설화 속의 호랑이는 육체적인 힘을 지닌 존재만이 아닌 정신적 가치를 지닌 덕(德)과 영물(靈物)로 그려진다. 

이어령 교수가 책임편집을 맡은 '십이지신(十二支神) 호랑이'는 한중일 삼국의 문학과 설화 속에 드러난 호랑이에 얽힌 민담과 설화 등을 다양한 삽화와 자료를 통한 비교 고찰했다. 중국민속학회 리우퀘이리 회장, 일본 종교학자 야마오리 데츠오 등 한중일 3국의 16명 학자들이 집필에 참여했다.

삼국의 전통예술에서 호랑이는 ‘백수의 왕’이라 불릴 만큼 무섭고 사납게 표현되거나 때로는 귀엽고 온순한 고양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한국의 예술 작품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신령스러우면서도 해학과 익살 재치를 풍긴다. 사람과 짐승을 잡아먹는 무서운 존재라기보다는 인간과 친숙한 존재이면서 때로는 인격화되어 다양한 성격을 지닌다. 세시풍속에서는 집안에 나쁜 잡귀나 질병을 막아주는 벽사용 그림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호랑이의 발톱, 이빨 등이 부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실제 호랑이가 서식한 적이 없다. 일본인들에게 호랑이는 상상의 동물이었지만 고대부터 중국과 한국과의 교류를 통해 그 존재와 이미지가 전해진다. 상상의 성수로서 때로는 권력을 상징하는 도상으로 사용됐다.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국가의 기틀이 마련된 직후에는 사납고 강압적인 모습의 호랑이 그림이 많이 등장한다.

중국의 호랑이는 소나무 아래에서 의심이 많은 듯 수줍음이 많고 엉큼한 자세로 웅크린 채 슬그머니 쳐다보는 자세를 취한다. 그림 속 호랑이는 쭈그리고 앉아 있는 자세와 둥글넓적한 얼굴, 큰 몸집에 비해 꼬리가 작은 몇 몇 가지 특성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난다.

20세기 대중문화를 통해 드러나는 호랑이의 이미지는 흔히 교육적이거나 교훈적인 성격을 띤다. 한류열풍을 타고 호랑이 민담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은 다수 재생산되기에 이르렀다. 애니메이션 ‘호랑이님 나가신다’와 ‘장금이의 꿈’에서의 호랑이는 사람에게 충성을 다하기도 하고 자신이 입은 은혜를 갚기도 한다. 일본 대중 애니메이션 ‘타이거마스크’나 ‘모두 착한 아이예요’ 역시 용맹하면서도 친근한 교훈적인 이미지의 호랑이가 등장한다.

 이런 애니메이션의 콘텐츠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호질전’에서 등장하는 호랑이의 올곧은 선비 이미지와 함축하는 바가 상통한다. 일찍이 박지원은 호랑이에 대해 “하늘을 원망하지도 않으며 남을 미워하지도 않는다”고 예찬해 마지않았다.

아주경제=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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