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법의 절차상 허점을 악용해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한 공인회계사들의 신종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코스닥 상장사인 옵티머스 주총장에서는 동일 장소·시간에 두 개의 주주총회가 열리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대표이사 의장이 변호사가 참관한 가운데 주주들의 참여 속에 정식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동안 주총장 밖에서는 이 회사 투자회사인 한국기술투자가 임시의장을 선출해 주주총회를 열고 새 경영진을 선임한 것이다.
한국기술투자는 미리 준비한 일정대로 신속하게 이날 오전 성남등기소에 등기신청을 마치고 대표이사까지 변경했다.
이런 허위 주총의 배경에는 이날 사외이사로 선임된 전 한국공인회계사회 이사 유모 회계사 등이 관여했다. 유모 회계사는 형식적 절차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등기법의 허점을 노려 경영권탈취를 노린 것이다.
상법은 공지된 장소에서 대표이사 의장이 진행하고 회사가 요청한 참관 변호사 입회 하에 정상적인 주총이 개최됐기 때문에 주총장 밖에서 행해진 주총은 허위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런 수법은 지난해 3월 코스닥 상장사인 엔알디에서도 그대로 사용됐다.
옵티머스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방법으로 두 개의 주총을 진행하는 바람에 6개월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여기서도 유모 회계사는 엔알디 대표이사로 취임해 증자, 임시주총소집, 각종 소송 등을 통해 전 경영진을 무력화시켜 경영권획득에 성공했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회사법에 능통한 회계사와 변호사들이 개입해 두 개의 주총을 열어 먼저 등기를 접수, 경영권을 차지한 후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각종 소송을 연기하는 지능적 수법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인사는 “기업사냥꾼들이 등기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상장사들을 사냥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맘만 먹으면삼성전자의 등기와 대표이사를 변경해 특허권을 해외로 빼돌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옵티머스 허위주총 사건은 현재 경영진의 고소로 성남지청 형사3부에서 수사가 진행중이다.
한편 한국기술투자는 200억원 횡령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S회장이 설립한 창투사로 옵티머스에 경기도 공적자금을 포함해 100억원을 2008년 7월에 투자한 바 있다.
아주경제=김준성 기자 fres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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