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일본 민주당 실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ㆍ사진) 간사장이 검찰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16일 도쿄에서 열린 민주당 정기 당대회에서 오자와 간사장은 간사장직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고 "검찰과 전면적으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장부상의 계산 실수는 사후 정정하는 방식으로 용인돼 왔는데 이번에는 왜 처음부터 체포ㆍ압수수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리쿠잔카이가 2004년 10월 토지를 구입할 때 부정한 돈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도 "당 대표로서 오자와 간사장을 믿고 있다"며 "주저하지 말고 결백을 설명하고 직무 수행에 모든 힘을 쏟아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 집행부 역시 오자와 간사장의 사퇴를 요구하지 않기로 하고 그의 지휘 아래 18일부터 시작되는 통상(정기)국회에 전념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오자와 간사장이 꺼낸 정면 돌파 카드의 실효성 여부는 측근 3인방에 대한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난 15일 밤 오자와 간사장의 개인비서이자 자금관리단체 리쿠잔카이(陸山會)의 회계 담당자였던 이시카와 도모히로 중의원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도쿄지검은 이시카와의 후임이자 오자와의 사설비서인 이케다 미쓰토모와 공설비서 오쿠보 다카노리도 체포했다.
도쿄지검은 이들을 통해 오자와 간사장이 2004년 10월 토지 구입자금으로 내놓은 4억 엔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추정하고 출처를 캐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민당은 오자와의 의원사직권고 결의안을 검토하는 등 총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총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공명당과 함께 대여 공동전선을 펼 전망이다.
통상국회가 시작부터 명확한 대결구도로 갈릴 조짐을 보이자 여권 일각에서는 향후 수사 향방이나 여론 동향에 따라 오자와 간사장에게 구체적인 해명과 사퇴를 요구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자와 간사장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자칫 7월에 열리는 참의원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지금까지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됐던 정치인 대부분이 체포됐다.
오자와 간사장의 당 장악력이 약해지면 영주 외국인 지방 참정권 부여 법안 등 그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법안의 국회 통과가 좌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아주경제= 김재환 기자 krik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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