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는 18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정치권 설득 작업에 나섰다. 그간 대국민 여론전에만 주력했던 정 총리가 국회 공략전에도 시동을 건 것이다.
정 총리는 지난 주말 수정안 발표 뒤 처음으로 충청지역을 방문한 데 이어 이날 한나라당 강남권 출신 의원들을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과 연쇄회동을 갖는다.
오는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통과를 위한 정치권과의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이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공성진, 이종구, 김충환 의원 등 한나라당의 서울 강남권 지역구 의원들과 오찬을 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이혜훈 의원도 참석했다.
친이(친이명박)계는 물론 친박계 의원들에게도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이해와 국회통과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한다는 차원에서다.
이어 19일 정 총리는 서울 강북구 지역구 의원들과 만난다. 경기, 인천, 강원, 경남, 경북, 부산, 대구 지역 의원들과의 만남도 줄줄이 이어질 계획이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 의원들과도 만나 세종시 원안 수정의 필요성을 밝힐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 정 총리는 수정안 통과 과정에서 협조를 당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그간 충청지역 여론 설전에 고군분투 해왔다. 정치적 논란이 우려돼 여의도 정치권과의 접촉은 자제했다. 지역민들에 대한 수정안 설파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번 주부터는 국회 방문 일정이 추가됐다. 소홀했던 정치권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늘려 정치권 반대여론 설득을 위해 정면 돌파 하겠다는 것이다. 충청 방문은 앞으로도 이와 병행할 계획이다. 충청여론이 어떻게 뒷받침해 주느냐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흐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충청권과 정치권, 이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다. 다만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 총리의 쉼 없는 총력전에도 반발은 날이 갈수록 거세어지는 것.
한편 정 총리는 17일 “행정부처가 오면 나라가 거덜 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첫 주말인 지난 16~17일 충청권을 찾아 세종시 수정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며 이같이 전했다. 이로 인해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다음날인 18일 민주당 양승조 충남도당 위원장은 성명서를 내고 “협박을 넘어 국민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며 “세종시 원안 사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사수꾼’이라는 망언을 했다”고 밝혔다. 국무총리가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가리지 못한 것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한나라당 정의화 최고위원도 “발언에 신중을 기하라”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정 총리가 가진 우리나라와 국민들에 대한 인식과 견해에 좀 놀랍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세종시 문제로 국민이 걱정을 많이 하는 가운데 대화와 논의자체를 거부하거나 정파적 이해에 치우쳐 국민을 현혹·선동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전했다.
같은 날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도 성명을 발표하고 "행정도시 원안 건설을 주장하는 주민 사회단체와 정치권에 대해 ‘사수꾼’으로 폄하하는 망언을 했다"며 반발했다.
대책위는 "여론몰이에 나선 정 총리가 민심 조작에 안달을 내다 민심이 바뀌지 않자 이제는 국가 대의를 위한 법으로 보장된 국책사업의 정상 추진을 요구하는 주민 시민단체와 정치권을 매도하기에 이른 것"이라며 "여론몰이 중단하고 정부의 행정도시 백지화 정책 책임지고 총리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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