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네럴모터스(GM)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조사다. 비록 지난해 워크아웃이라는 파고를 겪으며 판매량 1위 자리를 도요타에 뺏겼지만, 올해를 뉴GM의 원년으로 삼고 재기를 노리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모터쇼에서 GM은 시보레, GMC 등 각 브랜드 전략 차종을 공개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에 주목받은 차량은 대부분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실제 GM의 디자이너 200여 명 중 30여 명은 한국인이다. 한국인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한국인들의 손재주는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북미국제모터쇼 프레스 데이(press day,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하기 전 기자들에게 먼저 공개하는 날)가 끝난 13일(현지시간) 저녁, GM을 이끌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올해의 디자인상’ 서주호 디자이너
자신이 개발한 그래나이트 콘셉트카 앞에 서 있는 서주호 디자이너. (제공=GM대우) |
GM 산하 GMC의 ‘그래나이트(Granite) 콘셉트카’는 올해 북미국제모터쇼 행사의 일환인 ‘아이즈 온 디자인 어워드’(Eyes On Design Award)에서 올해의 디자인상(콘셉트카 부문)을 수상했다.
이 상은 업계 디자인 담당 임원 및 디자인 전문가들이 심사하는 권위있는 상이다.
이 차량의 익스테리어(외장) 디자인을 주도한 서주호 디자이너는 기자들을 만나서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꿈을 꿔 왔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 모든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인 수퍼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씨는 선화예고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 산업디자인 학사(1995), 석사(1997)를 받고 1999년부터 GM 디자이너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꿈은 만화가다.
그는 카 디자이너를 지원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원래는 TV 쪽 디자인을 하고 싶었으나 졸업을 앞두고 자동차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습작을 그린 게 교수에게 호평을 얻고 이를 계기로 GM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입사 후 캐딜락 CTS 등 차량의 인테리어(내장) 디자인을 하던 그는 2005년 익스테리어 팀으로 옮긴 후 곧 두각을 나타냈다.
미국 유명 토크쇼 진행자인 제이 레노가 GM에 요청한 수제차에 자신이 디자인 차량이 뽑힌 것. 이 디자인은 300만 달러를 들여 ‘이코렛’이란 수제차로 탄생했다.
서씨는 이번 그래나이트 콘셉트카에 대해서는 “도시형 기능형 차량(Urban utility Vehicle)이란 새 개념을 도입했다”며 “이 차가 양산되면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만큼 ‘UUV’란 용어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것이 미래차” 김영선 디자이너
미국 워런 GM 테크니컬 센터 풍동실험실에서 볼트의 디자인을 설명하고 있는 김영선 디자이너. (사진=김형욱 기자) |
볼트가 지난 2007년 모터쇼에서 전 세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이후, 그는 3년 동안 볼트의 양산차 디자인 작업을 위해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연구 센터에서 보냈다. 부인보다 같이 일하는 엔지니어와 보낸 시간이 더 많을 정도다.(웃음)”
그는 다음날 미국 미시건주 워런시에 위치한 GM 테크니컬 센터 풍동실험실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에서는 그간의 고생이 묻어나왔다.
김 수석은 “전기 배터리로만 40마일(64㎞)을 달리려면 공기역학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했다”며 “볼트에 들어간 선과 굴곡은 비행기 수준을 넘어서는 공기역학의 신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곳 풍동실험실에서 엔지니어와 함께 500번이 넘는 디자인을 실험했다. 특히 ‘아름다운 차’를 만드려는 디자이너와 ‘성능좋은 차’를 만드려는 엔지니어와는 매일 같이 다퉜다고 그는 말했다.
GM은 그의 노고를 치하하듯 올 상반기 그의 얼굴과 볼트 스케치를 넣은 티셔츠를 판매하기로 했다. 차량은 올 하반기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미시건 주에서 판매하기 시작한다. 2011년에는 국내에도 시험용 차량 10대가 들어올 예정이다.
◆“아베오, 소형차 기지인 GM대우 위상 높여”
시보레 아베오 RS 쇼카와 안제성 리드 디자이너. (제공=GM대우) |
GM의 차세대 소형 콘셉트카 ‘시보레 아베오 RS’ 쇼카(show car) 디자인에 참여한 안제성 리드 디자이너도 만났다. 아베오 RS는 GM대우가 GM에 편입된 이래 사실상 처음으로 개발한 글로벌 소형차 아키텍쳐다.
그는 “아베오는 GM 그룹 전체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차”라며 “개인적으로 큰 자부심을 느낄 뿐 아니라 GM그룹 내 글로벌 소형차 기지로서 GM대우의 위상을 높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세훈, 박소연 디자이너. (제공=GM대우) |
이 둘은 GM 캐딜락의 고급 세단 XTS 플래티넘 콘셉트카를 개발한 콤비.
박소연씨는 “GM의 디자이너 200여 명 중 30여 명은 한국인이다. 캘리포니아 스튜디오와 워런 센터로 나뉘어 있지만 모두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디트로이트(미국)/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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