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이후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은행권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금호 사태 여파와 당국의 규제 강화로 은행의 실적 전망이 예상보다 밝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금융권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은행 순이익은 1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기존 전망치 1조6000억원에 비해 30% 이상 줄어든 것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4분기 순익은 897억원을 기록해 1000억원을 밑돌 전망이다. 우리은행 역시 939억원으로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한은행은 2095억원, 하나은행은 1888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같은 예상이 맞는다면 이들 '빅4' 은행의 지난해 4분기 순익은 전분기 대비 최소 20%에서 많게는 80%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순익감소폭은 우리은행이 80.6%로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의 금호그룹 관련 익스포저는 1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민은행 역시 산업은행 PEF로 대우건설 지분출자 가정하에 5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그룹 관련 은행들의 익스포저는 총 4조1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국의 규제 강화 역시 은행 수익성 악화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구용욱 연구원은 "4분기 은행 실적 개선 모멘텀이 약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은행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국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을 1% 이하로 낮추도록 하면서 은행들의 부실채권 상각과 매각이 평소보다 크게 진행된데다 금호그룹 여파로 당초 목표했던 여신비율 결정에도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자산건전성 역시 앞으로 지속적인 개선보다는 당국의 정책지원 정도에 따라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구 연구원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면서 "부도금액 역시 줄어드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개선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대출금리 재조정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신금리 하락 효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예대율 규제에 대비해 조달금리가 상승했지만 여전히 잔액기준으로 조달금리는 낮은 상태라는 평가다.
그러나 신규취급액을 기준으로 하면 순이자마진 개선 속도는 느려질 전망이다.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의 하락 영향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출 금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앞으로 대출금리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면서 "순이자마진 역시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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