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황당한 명제는 미래주의자들에겐 복음(福音)이다. 아마도 제1장 제1절쯤 될 것이다. 노화와 죽음을 불변의 진리로 못박고 그러려니 사는 사람은 미래주의자가 아니다. 무병장수(無病長壽)를 넘어 무병불사(無病不死) 이론을 수용해야 참다운 미래주의자다.
세계 최초로 광학스캔-문자-음성 변환 기계와 신디사이저 등을 발명해 21세기의 에디슨이라 불리는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62)은 단연 대장격이다. 2005년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는 노화방지의 과학기술적 근거를 정리한 이 분야 교과서다.
이 책에서 레이는 "2020년대가 되어 나노 기술을 자유자재로 다루게 되면 우리는 세포 핵 속의 생물학적 유전 정보 보관소를 우리가 나노 기술로 만든 물질과 바꿔치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세포핵을 나노 기계로 대체하는 데는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일단 DNA 전사 오류가 누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노화가 방지된다. DNA를 교체하여 유전자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인간의 생물학적 세포핵을 대신하는 인공 나노 분자를 임플란트(이식)함으로써 세포의 노화를 원천방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이식된 인공치아처럼 교체된 인공세포로 인해 인간은 늙지 않고,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얼싸 덜싸, 신나는 뉴스가 아닐 수 없으나 어쩐지 사이비 교주의 망언(妄言)같아 언짢기도 하다.
그 구절을 읽고 또 읽어 봤지만 기분이 영 개운찮다.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까? 의심스럽다는 말로는 모자란 뭔가 요상하고 찜찜한 기분.
쉽고 대중적인 물리학 강의와 저술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리처드 파인만이 1959년 이런 연설을 했다고 한다.
"내가 아는 한, 물리학법칙을 지키면서도 원자 단위로 물질을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분명 있습니다……. 나는 이런 발전이 필연적으로 이뤄지리라 생각합니다." 나노(Nano·10억분의 1) 기술의 아이디어다.
1980년대 중반 30대 초반의 에릭 드렉셀러는 자기복제를 하는 '분자 조립자'의 개념을 확립해 현대 나노이론의 기초를 닦았다.
이론의 핵심은 '나노 사이즈의 분자 조립기로 천지사방에 널려 있는 원소를 이용해 천하만물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도 일정한 정보 패턴으로 배열된 원소 조립물이라면 '분자 조립기'로 만들어 내지 못할 일이 없다.
이렇게 나름의 계보가 있는 레이 커즈와일의 이론은 '인간3.0'이라는 키워드로까지 이어진다. 육체의 재조직은 물론 뇌 신경세포(뉴런)를 나노로봇과 연결하거나 대체해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의 삶이 구현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나노 인공 뉴런의 양자 연산 능력과 초거대 용량을 활용한 인간의 지능이 거의 신(神)의 경지로 올라서 우주 만물의 운행을 제어할 수 있고 수억 광년 떨어진 외계문명과도 소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실제로 실현된다고 믿는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 등에서 이미 그 현실적 단초가 마련됐다고 한다.
이런 주장에 따르면 20~30년 내 미래 시점에 인간은 노화를 예방하는 걸 넘어 방지하며, 장기(臟器)는 물론 세포까지 갈아 끼워 죽음을 무한 세월 미룰 수 있다. 더 나아가 인간의 뇌 용량과 연산능력(演算能力)을 거의 무한대로 만들 수 있어 인간 지능이 우주적 소통의 채널이 된다. 전혀 차원이 다른 초월 문명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차원이 변환되기 직전, 찰나(刹那)의 점을 특이점(特異占)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 특이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어이구, 두(頭)야! 특이점은 고사하고 미래주의자의 망상(妄想) 지점이 아닌가? 미래예측이 이렇게 황당해도 되나? 설령 그리된다 한들, 지금 내 앞에 놓인 이 신산(辛酸)스럽고 고된 인생살이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실소(失笑)가 터져 나올 지경이다.
이미 제작 완료된 영화 '특이점이 온다'가 올해 중 개봉예정이라고 한다. 실소(失笑)가 역시나, 허탈한 웃음이 될지 세상에나, 정색(正色)으로 변할지 아직 알 수 없다.
빌 게이츠와 진대제가 추천한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는 두껍지만 번역이 잘돼 쉽게 읽힌다. 일독(一讀)을 권한다.
<트렌드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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