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찻잔 속의 폭풍' 대한조선 인수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02-10 16:1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불투명한 시황으로 인수참여 업체들의 인수의지 약해
-8900억원에 달하는 부체도 부담요인으로 작용
-일각에서는 대우조선·STX조선의 인수참여 배경에 의구심

대형 조선사들이 참여한 대한조선 인수전이 자칫하면 '찻잔 속의 폭풍'으로 그칠 상황이다. 인수참여자들의 인수 의지가 강하지 않은 데다 매물로서 대한조선의 매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조선 인수의향서(LOI) 접수가 지난달 8일 마무리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중동계 투자회사 등 3곳이 매각 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대한조선은 전남 해남에 14만㎡ 규모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는 중소조선사다. 1개 도크와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수주잔량은 34척이다. 또한 208만㎡ 규모의 부지도 확보한 상태여서 추가적인 도크 건설도 가능하다.

문제는 부채다. 대한조선의 현재 부채 규모는 8900억원. 조선 시황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대한조선 인수시 떠안을 부채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인수참여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우조선은 대한조선 인수로 중국 옌타이 불록공장과 거제조선소를 잇는 조선벨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같은 시황이 지속된다면 인수가 어렵다는 게 대우조선의 입장이다.

STX조선 역시 협소한 진해조선소를 감안하면 대한조선의 대규모 부지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중국 대련에 대형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현재와 같은 시황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지난해 신규발주 규모가 전년도에 비교해 10%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신생 조선사를 인수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자 이들 업체들의 대한조선 인수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충분히 갖춘 대우조선과 STX조선이 현시점에서 굳이 대한조선을 인수할 이유는 없다"며 "이들 업체들이 인수전에 뛰어든 또다른 배경이 있는 것 같다"고 귀뜸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대한조선 인수전의 흥행카드로 세계적인 조선기업인 대우조선과 STX조선의 입찰 참여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대우조선 및 대우건설 사태로 꽁꽁 얼어붙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부채가 많은 대한조선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우조선과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은 모두 산업은행이다. 따라서 이들 기업들은 산업은행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일축한 뒤 "대한조선은 채권 보존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중에서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