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기업 이익과 사회정의의 조화는 호암정신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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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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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호 산업에디터 겸 IT미디어부장

김병호 산업에디터 겸
 IT미디어부장
“장사꾼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얻는 기업가가 되라.”

신세계가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12일)을 맞아 각 신문에 낸 광고의 문안이다. 사업을 잘 해서 돈만 버는 장사꾼이 되지 말고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삼성의 기업정신이다.

지난 2월 5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고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이건희 전 삼성회장은 “선친께서 우리 사회가 기억하는 큰 이정표를 남기신 것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과 사회 각계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공을 국민에게 돌렸다.

이건희 전 회장은 이어 “선친의 유지를 변함없이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따뜻한 애정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이 자만하지 않고 국민 속에서 국민들의 사랑을 먹고 성장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커갈 것임을 강조한 말이다. 

잭 웰치 전 GE회장은 호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호암을 만난 것은 그가 노년에 접어든 때였지만 호암은 젊은이보다 더 진취적이고 의욕적이었다.” 노년에도 호암은 젊은이 못지않은 진취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정신이 삼성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이 됐다.

호암은 1910년 2월 12일 경남 의령에서 유복한 집안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26년 고 박두을 여사와 결혼했다. 1938년 3월에는 대구에서 28살의 나이에 자본금 3만원을 투자해 250평 규모의 삼성상회로 시작했다. 삼성상회는 청과물과 건어물을 팔았는데 이게 바로 오늘날 세계를 달리는 삼성그룹의 뿌리다.

이렇게 시작한 삼성상회는 72년이 지난 오늘 3남 이건희씨가 키운 삼성그룹, 장녀 이인희씨가 고문으로 있는 한솔그룹, 장남 이맹희씨의 CJ그룹, 막내 딸 이명희씨의 신세계그룹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호암의 후손들이 키운 이들 4개 그룹의 총자산은 삼성그룹 317조원을 포함해 무려 346조원이나 된다. 3만원의 종자돈이 72년 만에 346조원, 138만 배로 늘어난 것이다. 삼성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200조원.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000조원의 5분의 1이다.

호암 한 사람의 앞서가는 생각과 고객의 마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영철학이 이처럼 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룹을 키우고, 국가의 부를 축적하는 단계를 넘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했다. 앞으로 호암에 버금가는 지도자가 나올지는 두고 봐야 한다.

호암은 귀감이 되는 말을 많이 남겼다. 1975년 7월 사장단 회의에서 “경영자는 판단이 빨라야 하고 후퇴도 빨라야 한다. 나는 40개의 기업을 일으켰지만 지금 20개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을 벌일 때는 신중하고 떼어낼 때는 미적대지 말라는 뜻이다. 

1986년 6월 반도체 회의에서는 “사장이라도 잘 모르면 물어봐야 한다. 나 혼자 삼성을 경영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 전체가 과거 오랫동안의 경험을 살려 움직여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는 게 호암의 기본 정신이었다. 사장이라고 해서 모르면서 아는 체 하거나 모르는 것을 그냥 어물쩍 넘어가지 말라는 뜻이다. 이런 정신이 바로 대구의 삼성상회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삼성으로 나간 정신적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호암은 1984년 5월 기흥 반도체 공장 준공식에서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하는 것은 투자여력이 충분해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을 성공시켜야 첨단산업을 꽃피울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고 말했다.

어떤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이다. 삼성이 오늘날 세계적인 전자 및 반도체 업체로 자리를 잡은 것은 호암이 과감하게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호암이 남보다 먼저 미래를 정확히 본 것이다.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은 호암탄생 10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인재 제일과 미래 경영을 강조해 온 이병철 회장의 철학대로 도전과 창의, 근면하고 성실한 인재들을 부지런히 길러내는 게 우리 기업과 사회가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호암은 기업을 운영하면서 영리와 사회 정의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기업 경영에 있어 최고의 이상은 수익과 사회정의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또 국가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생활을 향상 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호암의 기업관은 오늘날 삼성그룹에 의해 그대로 실천되고 있다. 해마다 수익의 한 부분을 뚝 떼어 사회공헌에 투입하는 것은 바로 호암의 정신을 이어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호암 탄생 100주년은 갈등과 싸움, 부실경영과 비윤리적 경영, 일부 기업의 과다한 이익추구 등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그런가하면 진취성과 도전정신, 과감한 투자, 기업의 수익과 국가 이익과의 조화 등은 기업들이 본받아야할 호암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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