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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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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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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0회의서 장기적 균형성장 모델 찾는다"

오는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을 비롯해 기회 있을 때마다 올해를 ‘국운융성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G20 회의개최가 갖고 있는 의미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에 본지는 지난해 말 G20 회의유치라는 쾌거를 거두는 데까지 물밑에서 산파역할을 해 온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급)를 과천 재정부 집무실에서 만나 ‘G20 정상회의 개최 의미와 준비상황’등을 들어봤다.<편집자주>

-G20 정상회의 유치에 숨은 공로자로 꼽히고 있다. 각국이 치열한 유치전을 펼쳤을 텐데.
"안팎에서 그런 격려를 받곤 하는데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사실 국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1997년부터 G20재무장관 회의가 열려오고 있다. 금융위기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정상들간 회의체로 격상된 것이다. 유치 방침은 정해져 있었지만 올해 우리나라가 G20 재무장관회의 의장국으로서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도 정상회의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한 점이 있다.

사실 1차 워싱턴 정상회의가 끝나고 부시 미국 대통령이 2차회의는 영국이나 일본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막판까지 이 둘이 접전하고 있었다. 결국 영국이 2차 정상회의를 했다. 과연 일본이 영국을 제칠 만큼 국제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있느냐 그런데 없었다. 둘은 같은 G20 국가였지만, 재무장관회의 의장국은 영국이었고 금전이 아닌 리더십과 관련한 국제적 기여로 봤을 때 영국이 우위에 있었다. 2차회의를 놓치고 일본은 3차회의도 유치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때도 똑같은 문제가 있었다. 당시 아소 총리가 정치적 입지가 없는 등 국내의 정치적 불안 때문에 미국으로 간 걸로 알고 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G20을 한번 겪으면서 젊은 세대들이 우리같이 이런 고충을 겪지 않고 세계의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jshong204@
5차회의도 일본의 유치 움직임으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의 중재자적 위치,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자적 위치가 부각되면서 정통성을 부여받아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만약 중국이 유치를 희망했다면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다. 대통령께서 사전에 상당한 정지작업들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이나 다른 나라가 유치 신청을 하지 않도록 정상 간의 정지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 당시 사공일 G20 기획조정위원장(현 G20 준비위원장) 등을 G20 주요국에 대통령 특사로 파견해 총력외교를 펼친 결과다."

-G20 일정이 확정됐다. 준비위에서의 활동과 각국 정상들 참석 일정에는 문제가 없나.
"준비위 당연직 위원인 재정부장관을 보좌해 시간날때마다 일을 챙기고 있다. 정례적인 회의는 없지만 각 주제에 대해서 우리가 상황을 완벽히 파악하고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 것인가에 대해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과거 우리는 한 멤버로 참여해 우리 입장만 얘기하고 다른 나라들의 입장을 파악하는 수준이었다. 이제는 다른 나라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기에 더해 이 회의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그래서 매일 각계 전문가와 차관들 통해 국내외적으로 각국의 네트워크를 통해 그 쪽의 인풋을 많이 받고 있다. 컨퍼런스 콜도 하고 있다.

정상들 참석 여부는 앞선 3차 피츠버그 회의에서 합의한 바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다만 회의 일정이 그 즈음 일본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와 비슷한 시기여서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APEC 회의 직전인 11월11일과 12일에 여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과거 G7을 대체하는 과정에 있는 G20이 금융위기 상황에서 글로벌 거버넌스를 이끄는 시스템으로서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국제 출구전략 공조가 유지될지 회의론이 일고 있다.
"서울 회의에 앞서 6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4차 정상회의에서는 출구전략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 금리를 올리고 긴축을 해서 국제공조가 깨진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자율성을 준다는 측면에서 봐야한다. 국제공조는 전세계가 똑같은 정책을 하자는 게 아니다.

지난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었을 때만해도 위기를 탈출해 가는 데 대한 국제공조가 지금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각국의 회복 속도가 다 다르다. 아시아는 빠르고, 유럽은 상당히 더디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중간이라고 보여진다. 이렇게 각국의 회복 속도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국제공조의 가능성이 지난번보다는 상당히 어렵다. 그럼에도 최근의 그리스 사태나 중국의 긴축을 봤을 때 출구전략에 대한 공조 움직임과 중요성, 국제공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시작됐다.

지금의 국제공조는 각국이 정책을 했을 때 스필오버(위기전이) 효과가 있느냐를 파악하고 그것을 줄여나가는 방법, 장기적으로 새로운 성장모델이 무엇인가 소위 '강하고 지속가능한', 미국의 내수에만 의존했던 성장에서 어떻게 하면 전세계 공조로 가느냐 하는 맥락에서 봐야한다.올해 앞으로 상당한 진전이 있을 걸로 보여진다."
 
- 그렇다면 서울회의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무엇으로 봐야하나.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불균형'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인데 이 부분은 사실상 상당히 각국의 정책에 대한 조율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과제다. 하나의 장기적인 출구전략의 과정이라고 보여진다. 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

더 큰 장기적인 균형성장의 모델, 앞으로 새로운 세계 성장의 모델은 무엇이냐로 접근될 것이다. 이 부분은 개발 문제까지 포함될 수 있기에 상당히 함축적인 문제다. 앞으로 선진국의 수요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최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같이 구매력있는 나라가 세계경제 성장을 이끄는 문제까지 포함될 것이다."

   
 
 
- 추가의제로서 우리나라의 위기극복 경험을 모델화해 신흥국 등 세계에 ‘글로벌 스탠다드’로 공유하게 하는 방안을 구상중인데 ‘서울 이니셔티브’를 기대해도 좋은가.
"대통령께서도 강조하는 게 개발 문제다. 우리는 아직 국력이 약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 우리의 경험을 지금 우리보다 못한 나라들에 알려줘서 그 나라가 지금 우리같이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강조하는 부분이고 세계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도 이런 것이다. 우리나라가 50년대 최빈국에서 어떻게 지금의 선진국 문턱까지 온 부유한 나라가 됐느냐 이것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다른 G20 이외 국가들에게 그 과정을 겪게 하느냐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다. 그런 부분이 정상회의 유치의 명분이 됐다."

- 한편으론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G20 유치가 피부로 잘 와닿지 않는다. 월드컵, 올림픽과 견줘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나.
"올림픽, 월드컵은 일반 국민들이 눈에 보여서 느끼는 하드웨어로써 상당한 정도의 자신감을 주는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 G20회의는 그것에 못지않게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우리의 국격을 높이는데 엄청난 역할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식층에 자극 줄 수 있을 것이다.

G20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고생을 했다. 그동안 국제 무대에서 우리 문제인 남북문제를 빼놓고는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한 이슈를 찾아보기 어렵다. G7 중심에서는 (우리가) 국제회의를 가도 들러리 역할밖에 못했고 글로벌 이슈에 안목이 전혀 없었다. 회의에 참석하면 전부 다 받아쓰기였다. 외교도 경제협력도 전부 그렇다. 세계가 불러주는 것을 받아쓰고 소화했다. 이런 걸 한번 겪으면서 젊은 세대들이 우리같이 이런 고충을 겪지 않고 세계의 여론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상당히 크다. 지금은 우리가 써야한다. 우리가 이런 방향으로 끌고 나가자고 얘기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각국의 의견을 조정하는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단군이래 우리에게 그런 기회가 있었는지 되짚어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처음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이 과정 통해 다음 세대가 커가는 걸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지금 제조업등이 어렵지만 작년 이 과정에서 영국이 주도하는 걸 보고 이게 바로 국력이구나 상당히 많은 걸 느꼈다. 영국이 아직까지 세계적 의사결정을 계속하는 리더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도 그만큼 지난 수백년 동안 세계를 이끌어 왔던 소프트웨어적 자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자동차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산업이나 지식산업으로 가는 과정에서 그런 쪽의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우리도 차근차근 가야는데 그 동안 기회가 없었다. G20을 통해 기회가 만들어 질 것이다. 회의하면서 많은 사무관과 젊은 학자들을 가능한한 많이 참여시키려고 한다. 세계적으로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배우고,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배우고 훈련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저부터 요새 그 훈련이 됐고 우리 후배들도 이런 과정 기회 거쳐 나아갈 것이다."

- 마무리 말씀을 덧붙이신다면.
"올해가 가장 중요한 해 같다. 전 세계가 우리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 크다. 두 가지인데 하나는 G20에 대한 기대고 다른 하나는 한국이 의장국을 맡은 것에 대한 기대다.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지금 세계 경기가 회복 단계에 있기에 국제공조의 절박성이 위기 때보다 덜하다. 이 부분을 우리가 어떤 리더십을 가지고 잘 헤쳐나가느냐 이것이 G20회의의 연속성 뿐만 아니라 한국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대담=양규현 정경부국장
정리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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