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은 즐거운 비명이다.
대형마트 간 경쟁이 인기 품목의‘가격전쟁’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좋은 물건들을 싸게 구입하는 재미도 솔솔하기 때문이다.
특히 혜택만 빼먹고 마는 이른바‘체리 피커(cherry picker)’들은 물량이 동이 나기 전 저가 상품을 찾아 각 마트를 돌아다니며 '싹쓸이 쇼핑'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때문에 얼마 전 한 대형마트가 일부 라면 값 할인행사를 벌이자마자 품절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몇몇 점포에서는 광고 제품보다 비싼 라면을 사거나 아예 라면을 사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는 후문이다.
동네 중국음식점도 하나보다는 두 개가 있을 때, 구멍가게끼리도 서로 경쟁을 할 때 소비자는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소비자들로선 이런 경쟁이 많을수록 좋다.
경쟁을 더 즐기려면 소비자들도 가격이나 시장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기업들은 더 경쟁을 하게 되고 경쟁력을 키우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경쟁이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세계 이마트의 ‘상시할인 정책’ 선포로 지펴진 이번 대형마트 간 가격전쟁은 쉽사리 종료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마트 자체의 마진이 줄어드는 부작용은 있지만 이 또한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많을 경우에는 결국 늘어난 매출이 이익 감소분을 상쇄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문제의 심각성은 각 마트가 현재의 경쟁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제살깍아먹기식’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점이다.
현재 각 마트별로 가격전쟁에 임하는 태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좀처럼 물러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욱 공세를 취할 태세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경쟁이라면 어느 소비자도 이를 반길 리 만무하다.
얼마 전 신세계는 비전발표를 통해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제품가격을 낮추기 위해 이마트는 올해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상시할인 적용품목도 올해 안에 모든 상품군으로 넓힐 계획이다.
시장포화에다 온라인 쇼핑몰의 활성화 등으로 야기된 대형마트 부진 만회를 위해 ‘가격할인’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 모든 정황을 살펴볼 때 ‘1조원 영업이익 달성’ 약속은 결국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 못할 상황이다. 오히려 경쟁이 이같은 목표 달성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이번 가격경쟁에 자의반 타의반 동참하고 있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측에서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아주경제= 진현탁 기자 htj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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