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세계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더욱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도기업인 삼성그룹의 이건희 전 회장이 조기 복귀해 강력하게 진두지휘하는게 바람직하다.” (A그룹 고위관계자)
“최근 애플이 전 세계 IT시장을 송두리째 흔드는 등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건희 전 회장의 복귀가 불가피하다.” (IT기업 B사 K부사장)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복귀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말 사면 이후 활발하게 대내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전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한국 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는 물론 상당수 소액주주들도 오는 19일 삼성전자 주총에서 삼성이 명예회장 또는 등기이사 등 경영 일선에 참여하는 공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1일 “지금 전세계 전자, IT기업들이 스티브 잡스가 진두지휘하는 ‘애플’ 군단의 소프트웨어 파워에 휘청거리고 있다”며 “우리 재계의 입장에서는 백전노장인 이건희 회장이 복귀해 강력한 공세를 펴나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대응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고에서 기업을 일구고, 자신이 일으킨 기업에서 쫓겨났다가 복귀해 쓰러져가던 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운 잡스의 잡초 같은 정신력과 추진력에 대응할만한 인물은 한국의 현역 CEO 가운데 없는 상황이다.
IT업계 한 임원은 “최근 모 기업에서 임직원들에게 삼성 스마트폰과 애플 아이폰을 선택하도록 했는데 대부분이 아이폰을 선택했다고 들었다”며 “기업을 일으키는 것은 어렵지만 시장 상황 변화에 머뭇거리다 쇠락하는 것은 순식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그룹 전문경영인들은 노련하지만 그룹의 명운을 건 투자를 결단할 수 없다. 이재용 부사장 등 3세는 경험이 적어 연매출 130조 규모의 그룹을 전적으로 감당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는 평가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경우 1970~80년대 3류 수준이던 삼성의 반도체. 가전제품.휴대폰 등 각 부문 제품들을 최고 제품 반열에 오르도록 리드해 오늘날 삼성그룹을 세계 초일류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경영인으로서 이 전 회장의 혜안과 추진력은 성공과 실패를 거쳐 갖춰진 것이다. 석유화학사업 존폐 위기, 삼성자동차 진출 실패 등 수많은 난관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글로벌시장 대응능력과 미래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지난 2007년 금융위기를 예언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근접했다고 경고했다. 세계경제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이 한국경제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이 전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전자산업에 참패한 일본 언론들은 최근 이 전 회장의 리더십과 오너경영을 재조명하며 삼성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내년 7월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이 전 회장이 효율적으로 득표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는 삼성의 ‘보이지 않는 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IOC 득표활동에 기업의 스폰서십을 활용할 수 없다. 하지만 강력한 개최지 후보인 독일 뮌헨은 BMW.지멘스.아디다스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이 전 회장의 복귀에는 법적·윤리적 걸림돌이 없다. 국내 주요 대기업 회장들 가운데 상당수는 유죄 판결을 받고도 회장직을 유지했다. 대통령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주영 전 현대 회장도 사면복권 이후 곧바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과 삼성 측은 조기 복귀론에 대해 “아직 멀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 19일 삼성전자 총회에서 이 전 회장이 경영 복귀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삼성 측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정면 반박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3세 편법승계 논란에 휘말려 스스로 퇴진했기 때문에 복귀에는 비판여론 등 여러 사항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세계시장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 전체의 향배를 감안한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차원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며, 대부분 국민들은 중장기적으로 삼성의 결단을 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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