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용조회 기록을 부정적인 정보로 활용하지 말라고 권고했지만 은행들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서민 대출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당국의 말만 믿고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 상담을 받는 이른바 '금리 쇼핑'에 나설 경우 신용등급 하락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1월부터 고객이 단순히 신용정보를 조회한 기록은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말라고 각 은행에 권고했다.
신용정보 조회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민원이 빗발치자 국가권익위원회가 금감원에 제도 개선을 제안했고 금감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민들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기 위해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 상담을 받았다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사례를 막고, 금융 소외계층의 자연스런 금리 쇼핑을 유도하기 위해 권익위의 의견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서민들의 금리 선택권을 보장해줄 목적으로 새 제도를 만들었지만, 금융권은 여전히 신용조회기록을 신용정보에 반영하는 등 '배짱'을 부리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대출 심사 과정에서 자체 보유하고 있는 신용정보와 한국신용정보·KCB·한국신용평가정보 등 3대 신용평가사(CB) 중 1~2곳의 신용정보를 활용한다.
신용평가사들은 신용조회 기록을 신용평가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자체 신용평가에 신용조회 기록을 반영하고 있다.
은행들은 자체 신용등급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 대출 여부 및 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신용정보를 여러 번 조회한 고객의 경우 금리 쇼핑은 커녕 1금융권 대출 자체가 어려워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자체 등급을 기준으로 삼으며 신용평가사 자료는 참고하는 수준"이라며 "대출고객이 신용조회를 의뢰하면 은행 신용등급은 하락하며 이 정보는 신용정보관리 규약에 따라 은행끼리 교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서민들의 피해가 커직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성열 금감원 신용정보팀장은 "아직까지 대부분의 은행들이 신용평가에서 신용조회 기록을 참고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새로운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마련하는 오는 5월부터는 이같은 폐단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고득관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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