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전반 원가상승 압박에 '시름'

철광석, 펄프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격 대란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산업계 원가경쟁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경제 회복세 및 중국의 수요 급증, 자연재해 등이 겹치면서 철광석ㆍ유연탄ㆍ펄프ㆍ구리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상승 중이다.

철광석과 유연탄이 주원료인 철강재 가격도 잇따라 인상되고 있다. 당장에 자동차, 조선, 전자산업 등은 원가 상승 압박으로 타격이 불기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동부제철은 다음달 1일 출하분부터 냉연제품과 열연제품 값을 t당 각각 8만원, 7만원씩 인상한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동부제철의 각 제품별 t당 가격은(공장도 가격 기준) 열연강판 75만원, 냉연강판 86만5000원, 아연도금강판 96만5000원, 전기아연도금강판 97만원 수준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현대제철도 지난 16일 국제 고철(철스크랩) 가격 상승으로 형강류 수출가를 올렸다.

원자재 가격을 협상하고 있는 포스코 역시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협상을 벌였던 신일본제철과 JEF스틸이 지난해보다 t당 55% 인상된 200달러에 석탄을 공급받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철강재 가격 인상에 가장 힘들어 하는 곳은 조선사들이다. 선박 건조비용 2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후판 가격이 상승하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조선가가 최고점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후판 가격 인상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한국조선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연간 단위로 이뤄졌던 철강 원자재 가격 계약기간이 분기로 짧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후판 가격 역시 변동이 잦아져 통상 6개월 단위로 후판 공급 계약을 맺는 조선사들은 더욱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체들도 긴장하기는 매한가지다. 전체 비용 중 자재비는 15~20% 정도다. 그 가운데 철강재는 10% 안팎을 차지고 있어 수익성 악화를 염려하는 눈치다.

이에 반해 자동차와 가전 산업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 주요 고객인 업종 특성상 원가 상승 요인을 곧바로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 비용 중 강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5% 정도"라며 "일단 회사가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은 추가적인 원가 절감을 통해 감내해야 하지만 철강재 가격 상승 폭이 높으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가전제품 중에서는 에어컨과 냉장고 등이 후판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지 업체들도 국제 펄프 가격 상승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요 펄프 수출국인 칠레에 지진이 발생, 펄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국내 제지업체의 연간 펄프 소비량은 290만t가량이고, 이 가운데 250만t 가량이 수입된다"며 "펄프 수입량의 30%는 칠레에서 오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제 펄프가(활엽수 표백펄프 기준)는 지난해 3월 t당 470달러로 바닥을 친 뒤, 칠레 지진 이후 770달러 선까지에 올랐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은 경기회복세와 달러화 약세 등이 주요 원인"이라며 "과잉 유동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 되면서 원자재 가격은 장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주경제 김병용ㆍ이정화ㆍ감혜림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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