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연봉과 고용 안정성으로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은행에서 '좋은 일자리'가 차츰 사라지고 있다.
은행들은 인건비 절감과 탄력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정규직 채용 규모를 동결하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중에 총 300명(텔러 150명, 텔레마케터 150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선발한다. 이는 지난해 비정규직 채용 인원(200명)보다 50% 많은 수준이다. 반면 정규직은 지난해보다 30명 적은 300명을 올 하반기에 선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채용하지 않았던 비정규직 텔러직원 100명을 상반기 중에 뽑기로 했다. 정규직은 하반기 200~300명으로 채용 규모를 소폭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400명의 정규직원을 선발한 신한은행은 아직 올해 정규직원 채용 계획을 잡지 못한 채, 텔러직원 200명을 상반기에 선발키로 했다.
기업은행 역시 올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200명으로 동결했다. 텔러직군은 수시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들이 정규직 채용을 묶어둔 채 비정규직에 집중하는 이유는 조직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또 각 은행들이 올해 공격경영 및 영업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향후 경기전망이 불확실해 채용기간이 정해진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이 10% 넘은 상황서 은행마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경영 효율을 위해 인력을 조정하는 것은 은행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 같은 때에 좋은 인력을 많이 수급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는 "금융의 핵심은 인적자원인 만큼 비정규직 직원만 확대해서는 은행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내 은행들이 상품개발이나 생산성 확대가 아닌 지점 수를 늘리고 텔러직원을 대규모로 뽑는 등의 행태가 악순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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