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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시리즈 41] 삼성家 적자(適子), 이맹희와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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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1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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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특별취재팀) 삼성 이병철 선대 회장의 장남 이맹희는 사카린 밀수 사건 이후 부친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1967년 삼성의 수장의 자리에 올라섰다.

그간 이맹희는 부친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장시간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 밖에는 이렇다 할 대안이 없다는 것이 당시 삼성과 재계의 분위기였다. 형제들에 비해 나이도 많고 연륜도 많이 쌓았다. 수십년 동안 삼성의 핵심 부문에서 근무하며 세도 키웠다.
 
어찌 보면 이맹희에게 사카린 밀수 사건과 이에 따른 부친의 일선 퇴진은 삼성을 자신의 것으로 확실히 점찍을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결국 이는 오히려 경영 승계를 박탈당하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선대회장은 자서전인 호암자전을 통해 “처음에는 주위의 권고도 있고 본인의 희망도 있어, 장남 맹희에게 그룹 일부의 경영을 맡겨보았다. 그러나 6개월도 채 못 되어 맡겼던 기업체는 물론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본인이 자청해 물러났다”고 회고했다.
 
이맹희의 경영능력에 대한 실망을 느낀 것. 하지만 당시 이맹희의 경영능력은 그렇게 부족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사카린 밀수 사건 이후 떨어진 그룹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37세의 젊은 청년이 삼성이란 거대 조직을 휘어잡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곳곳에 포진한 삼성의 창업 공신들은 패기만을 앞세운 이맹희의 개혁에 반발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룹 내부 인사들의 반발과 아직 경영능력이 충분한 아버지의 복귀 의사가 맞물리면서 이맹희는 주요 계열사 17개에 달하는 부사장, 전무 직을 잃게 됐다. 총수자리는 다시 이 선대회장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는 그에게 경영 승계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반면 이건희 삼성 회장은 막내 아들로 경영권 승계와 거리가 멀어보였다. 이 선대 회장 역시 이 회장은 기업보다는 매스컴 쪽을 맡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했을 정도다.
 
실제로 오랜 기간 동안 이 회장은 동양방송 등 기업과 연관성이 적은 미디어 분야의 일을 맡았다. 그룹 경영 핵심에서 거리가 있는 분야에 맴돌던 이 회장은 1974년 자신의 돈만으로 한국반도체를 인수, 삼성반도체주식회사를 창립하며 본격적인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물론 수년간 이 회장의 반도체 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선대 회장은 이 회장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작은 규모의 종자돈만으로 사업을 시작한 자신의 젊은 시절의 패기를 이 회장에게서 다시 느꼈을 수 있다. 결국 이 회장은 삼성의 후계자로 낙점됐다.
 
최근 수년 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삼성의 경영 승계 역시 어찌 보면 지난 1967년 이맹희의 삼성 총수 즉위 당시와 비슷하다.
 
선대 회장이 초기 경영권 승계자로 장남인 이맹희를 선택했다면 이 회장은 유일한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을 낙점했다.
 
이맹희는 오랜 기간 삼성의 주요 요직을 돌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이 부사장 역시 20년 동안 삼성의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그룹 외의 불미스러운 일련의 사건으로 선대 회장과 이 회장 역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복귀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퇴진 이후 삼성 내 기존 인사들이 이맹희 시대와 이재용 시대의 도래를 경계하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현재는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과거 삼성의 주요 인사들 일부를 중심으로 이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부 인사들은 이 부사장의 언론관 등을 거론하며 친분이 있는 언론사 주요 경영진들에게 이재용 시대가 언론들에게도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속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라는 중책에 이 부사장을 임명했다. 그리고 4개월만에 이 회장은 삼성전자 회장직으로 복귀했다. 아직 이 부사장의 역량으로는 삼성을 이끌기에 부족하다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수차례 ‘메기론’을 강조해왔다. 미꾸라지가 있는 연못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헤엄치고 많은 먹이를 먹어 더욱 살이 오른다는 것이 메기론의 핵심이다.
 
선대 회장은 이러한 방식으로 주변 측근들에게 긴장감을 조성하고, 더욱 열심히 업무에 매진할 것을 독려했다. 이는 자식들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메기론은 메기에게 잡아먹힐 정도의 미꾸라지는 과감히 포기하겠다는 매정함도 함께 담고 있다.
 
선대 회장에 대한 불경죄 등 이맹희가 경영권을 승계받지 못한 원인은 복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결과적으로 선대 회장은 이맹희를 메기에게 잡힐 정도의 재목이라 여기고 그를 과감히 포기했다.
 
이 회장 역시 선친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최근 이 부사장의 동생인 이부진·이서현 전무의 역할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이부진 전무는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의 경영을 관장한다.
 
지난해 9월 에버랜드 전무 취임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에버랜드는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10년 후 매출 8조를 목표로 신비전을 선포했다. 이달부터 국내 최초로 초식동물 사파리를 오픈하며 국내 1위 테마파크의 위상을 더욱 단단히 했다. 최근에는 세계 15위 규모인 홍콩 오션파크와 협력관계를 체결하고, 에버랜드의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이서현 전무도 삼성그룹의 모태 격인 제일모직의 경영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톱클래스 급 커뮤니케이션 기업인 제일기획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제일기획의 한 인사는 “이서현 전무가 직접 경영을 챙기고 각 부서의 보고도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명목상으로 임원직을 맡은게 아니란 설명이다.
 
이들 자매의 활동영역이 확장되는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 부사장에게 긴장감을 주고 더욱 경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헐값 매각으로 논란이 됐던 에버랜드 전환 사채 매각 작업으로 인해 이 부사장은 에버랜드 지분 25.10%를 갖고 있다. 각각 8.37%를 갖고 있는 동생들의 세배에 달한다. 이를 다시 조정하기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회장이 원하든 원치않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 부사장에게 경영권이 승계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 부사장이 삼성을 이끌만한 재목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그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 회장 취임 이후 이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큰형님은 큰형님대로 개성이 있었는데 선대회장은 내 후계자는 이런 스타일이어야 한다고 정해놓은 분이었다. 자식이라도 가차 없다...내가 아버지 기준에 안 맞고 자격이 없었다면 우리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회장이 됐을 것”이라고 속내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는 이 회장에 이어 장남인 이 부사장에게도 고스란히 접목될 수 있다.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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